[열린 시선/박천규]가계부채 문제, 총량보다 본질을 따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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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
연일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45.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을 웃돌고 있다. 특히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이 주택담보대출에 집중되는 듯하다. 가계부채 문제는 단순히 총량만 보기보다는 속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본질을 파악하고 적절히 처방해야 한다.

우선 주택담보대출 통계에 대해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통계는 협의의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주택에 담보설정 없는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중도금대출, 이주비대출 등)이 포함된 광의의 ‘주택 관련 대출’이다. 다양한 성격의 주택 관련 대출이 하나의 통계로 관리되고 있다고 해서 이를 하나의 잣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가계의 경우 부채가 많아지면 연체 위험은 증가한다. 그러나 세밀하게 분석해보면 주택담보대출, 특히 거주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비율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낮아진다. 이는 소득·연령별로 다르다. 또 주택담보대출은 신용대출보다 연체 위험이 작고, 거주 목적일 경우 그 위험은 더 작다. 주택담보대출 리스크를 적정하게 관리하려면 용도와 계층별 대출이용 특성을 분석하고 정책 대상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현재 공식 통계상의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이다. 이는 미국 69%, 영국 79%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우리나라 가구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49%로 미국 75%, 영국 61%보다 비교적 낮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우려보다 낮을 수 있다. 오히려 비중이 상당한 신용대출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 가계부채와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는 원인을 경제 및 시장구조 측면에서 진단하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경제 여건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가계는 대출을 통해 생활 및 사업자금을 마련한다. 여기에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매매 전환, 분양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기 때문에 주택금융 수요도 증가한다. 금융의 포용성 확대와 건전성 관리는 상충되기 마련인데, 주택금융의 수요특성 분석과 지원정책의 평가를 통해 금융의 사각지대를 찾아내고 이를 지원해야 한다.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관리는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다. 이는 주택금융 통계기반 확충, 주택금융의 다양성 확보, 주택금융소비자 보호방안 등이 함께 마련될 때 가능하다.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관련 정책은 규제가 덜한 곳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는 풍선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가계부채 문제, 총량보다 본질을 파악한 세밀한 처방과 다양성을 가미한 접근이 필요하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
#가계부채#주택담보대출#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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