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피아’가 대우조선 침몰 방조…‘금융의 세월호 사태’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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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막대한 적자로 침몰 중인 자회사를 구하기는커녕 ‘산피아(산업은행+마피아)’를 보내 부당한 성과급만 챙겼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2013년 취임한 ‘청와대 낙하산’ 홍기택 당시 산업은행 회장은 비상벨도 외면한 채 골든타임을 흘려보냈고, 대우조선의 ‘정피아’ ‘관피아’ 임원들은 이사회에서 거수기 노릇만 했다. 그 결과가 4조 원 이상의 국민 혈세를 받아먹고도 난파선 신세가 돼 구조조정을 기다리는 대우조선이다. 지난 3년간 우리 눈앞에서 ‘금융의 세월호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어제 감사원이 발표한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 감사 결과’는 이미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산은-대우조선의 추악한 공생을 재확인한 뒷북 감사였다. 대우조선이 2013∼2014년 영업이익 1조5342억 원을 부풀려 분식회계가 의심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산은에서 부실 징후를 감시할 수 있는 ‘재무이상치 분석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도 왜 쓰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이 시스템으로 대우조선의 2013∼2014년 장부를 조사하면 최고위험등급인 5등급이 나오는데도 산은은 부풀린 재무보고서를 근거로 성과급 파티를 했다.

이런 감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감사원이 왜 산은과 금융 당국이 부실을 방치했는지 밝혀내지 않은 것을 납득할 수 없다. 감사 과정에서 산은이 “분석 시스템을 쓰지 않았지만 그에 준하는 면밀한 관찰을 해왔다”고 이유를 댄 것을 그대로 믿었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그러고는 분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책임을 당시 A 실장과 B 팀장의 ‘업무 태만’으로 결론 내렸다. “대우조선이 분석 대상(정부·산은 50% 이상 출자 회사는 제외)인 줄 몰랐다”는 해명에 따라 경징계를 권고했다니 대우조선에 바친 국민 세금이 아깝고 억울하다.

정부는 이런 감사 자료를 넘겨받고도 홍 전 회장과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 김용환 전 행장(현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문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달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대우조선 부실을 파악하지 못한 두 국책은행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고 했는데 국민을 바보로 아는 모양이다. 이미 홍 전 회장은 “대우조선 인사권이 없어 대주주 권한만으로 자회사 부실을 알 수 없었다”며 “산은 계열사에 보내는 낙하산 인사는 청와대 몫이 3분의 1, 금융 당국이 3분의 1, 산은 몫이 3분의 1”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홍 전 회장을 문책하려면 이들 정피아 관피아를 보낸 ‘낙하산 본부’도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산은에 자본확충론이 무성했던 지난달 말에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 정피아가 대우조선 사외이사로 내려올 뻔했다.

누가 그 정피아를 보내려 했는지 밝혀야 한다. 낙하산 진원지인 청와대만이 이 부패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대우조선을 수사 중인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분식회계와 경영진 비리뿐 아니라 낙하산 인사 간의 거대한 유착관계도 규명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산업은행#산피아#부당 성과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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