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배 전문기자의 풍수와 삶]SKY대 많이 들어가는 아파트 따로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까치도 생기가 충만한 나무터에는 아파트형 집을 짓고 산다. 동아일보DB
까치도 생기가 충만한 나무터에는 아파트형 집을 짓고 산다. 동아일보DB
안영배 전문기자·풍수학 박사
안영배 전문기자·풍수학 박사
#1. “길 건너 보이는 A아파트 단지는 도깨비 터로 소문나 있어요.” 인천 남구에 있는 A아파트 매물을 소개하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말에 사업가 지인이 귀를 쫑긋 세웠다. 중개업자는 ‘도깨비와 친하면 일이 잘 풀린다’는 속설로 지인의 마음을 끌려고 했다. 왜 도깨비 터라고 하는지는 얼마 후 아파트 주민들이 즐겨 찾아 담소를 나누는 K미용실의 원장(45)을 통해 드러났다.

“20여 개 동이 있는 아파트 단지인데 최근 3년 사이 몇 개 동에서 서울대 합격생이 8명이나 나왔다고 하더군요. 다른 일류대에도 많이 들어갔고요. 그런데 대형 평수가 있는 다른 동에서는 사업하는 사람들이 입주했다가 족족 망해서 나갔다고도 해요. 그래서 도깨비 터라고 숙덕거리는 것 같아요.”

#2. 서울 인왕산 자락을 끼고 10여 개 동이 오밀조밀 들어선 B아파트 단지. 중고교 아이들이 공부 잘하는 단지로 소문난 곳이다. 이 아파트에서 10여 년째 살고 있는 주부 김모 씨(53)는 서울 강남의 어느 유명 학군 아파트에도 꿀리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우리 아파트에서는 자녀가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합격했다고 해도 함부로 자랑을 못해요. 한 집에서 두 명 이상은 나와야 명함을 내밀 수 있어요. 우리 애 둘도 SKY대에 다니고 있고요. 그런데 우리 아파트는 기가 세다는 인왕산 자락에 있어서 그런지 웬만한 사람들은 버티지 못하고 많이 떠나기도 했어요.”

인천과 서울 강북 지역의 특정 아파트와 특정 동에서 SKY대를 비롯한 일류대 진학생을 많이 배출하는 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을까.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두 아파트를 풍수적 시각으로 살펴봤다.

인천의 A아파트 중에서 50평형대로 구성된 특정 동은 천기(天氣)와 지기(地氣)가 만나 형성된 생기혈(生氣穴)이 3층 간격으로 맺혀 있는 형국이었다. 오행(五行)의 기운으로 분류하자면 집중력과 성취력을 높여주는 목(木) 에너지가 많았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성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만했다. 반면 60평형대로 이루어진 일부 동에서는 땅의 살기(殺氣)인 암반 수맥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었다. 이런 터에서 오랫동안 살면 건강은 물론이고 생업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전체적으로 이 아파트 단지는 갯벌을 매립한 터에 들어서 있는데, 수맥파의 영향을 받는 동과 명당 기운이 깃든 동이 명확히 구별되는 곳이었다.

정작 도깨비 터로 불릴 만한 곳은 서울의 B아파트 단지. 옛 명문고교 터에 들어선 이 아파트는 단지의 대부분이 인왕산의 강한 지기를 받는 생기혈 명당이었다. A아파트의 특정 동처럼 목기가 풍성하다 못해 흘러넘치고 있었다. 터의 기운을 감당해내는 사람들은 그 혜택을 보지만, 터의 기운에 치이면 떠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기가 셌다. 이를 두고 ‘도깨비놀음’이라고 한다. 터의 기운과 잘 사귀면 하는 일이 술술 풀리지만, 그렇지 못하면 터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오묘함을 도깨비에 비유한 것이다.

터와 사람의 교류는 고전 양택서인 ‘황제택경(黃帝宅經)’에서도 중요하게 다룬다. 사람은 집으로 말미암아 바로 서고, 집은 사람으로 말미암아 존재하니, 사람과 집은 서로 돕는 관계라는 것이다. 중국 위진시대의 죽림칠현(竹林七賢) 중 한 명으로 유명한 혜강(5康)은 명당의 기운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는 “집이 길하다고 해서 모두 복을 받는 것은 아니다. 군자가 순리에 따라 적덕(積德)을 행해야만 원래의 길함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양의 고차원적 수양론은 제쳐두더라도 자녀들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주는 게 좋다. 이때 무엇보다도 생기와 반대되는 살기 터는 피해야 한다. 학업과 건강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곳, 개미들이 들끓거나 벌집이 생긴 집, 아이들이 잠을 설치는 방 등은 땅의 살기인 수맥파가 흐르기 십상이다. 반경 100m 이내에 고압전류가 흐르는 지역 역시 권할 게 못된다. 이런 터에서는 성적을 올려준다는 풍수 인테리어를 해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까치나 참새 등은 본능적으로 살기를 피해 집을 짓고 산다. 사람이 새집보다 못한 집에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안영배 전문기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
#아파트#서울대#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