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의 휴먼정치]안철수의 더치페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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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논설위원
박제균 논설위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과거 ‘더치페이’를 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 중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얘기다. 안철수연구소 사장 시절 직원과 식사를 해도 더치페이를 했다는 게 연구소에서 근무했던 이의 회고다. 당시 수천억 재산가였던 안 대표가 몇 푼 아끼려고 더치페이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정신세계가 독특했다고 볼 수 있다.
IT업계 평가 안 좋아

놀랍게도 IT 업계 출신이나 종사자 가운데 안 대표를 좋게 얘기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안 대표라면 IT 신화의 주인공 아닌가. 2000년에는 연구소 전 직원에게 자신의 주식을 나눠 줘 ‘감동 경영’ ‘개념 오너’의 상징처럼 부각된 인물이다.

왜 그런 평가가 나오는지 이해하려면 당시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1999년 10월 연구소는 안철수에게 5만 주의 신주(新株)를 추가로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부회사채(BW)를 발행했다. 안철수는 총주식 13만 주 중 5만 주(39%)를 갖고 있던 대주주. 통상 회사채는 기업자금을 융통하려고 발행한다. 하지만 그때 BW 발행은 2001년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오너의 경영권 방어가 명분이었다.

바로 이 BW 발행이 그가 수천억 자산을 일군 열쇠였다. 5만 주의 신주 인수권은 이후 무상증자와 액면분할을 거치면서 1년 뒤 안 사장이 인수할 때는 146만여 주로 늘었다. 연구소의 총주식도 500만 주가 넘었으며 안 사장은 과반의 지분을 확보했다. 1998년 체르노빌 바이러스 사태에 김대중 정부 때의 벤처 거품까지 끼어 연구소 주식가치는 천정부지로 솟았다. 싼값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었던 안철수는 BW 발행으로만 수백억 원대의 평가차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안 사장이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 준 때는 BW 발행으로 엄청난 차익을 올린 2000년 10월이었다. 그것도 연구소 총주식의 1.5% 정도(8만 주)였으니 BW 발행으로 늘어난 지분의 10분의 1가량을 나눠준 셈. 업계 관계자는 “자신의 주식을 나누지 않는 오너도 많은데 좋은 일을 한 건 분명하다”면서 “다만 안 대표가 청춘콘서트나 방송 등에 출연해 주식을 아낌없이 나눠 줬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걸 들으면 ‘그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15년도 더 된 얘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자명하다. 국민의당 출범으로 안 대표는 제3당 대선주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오늘을 있게 한 ‘안철수 신화’의 뿌리에 대해선 앞으로도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안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자신이 가진 안랩(2012년 안철수연구소에서 명칭 변경) 주식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통 큰 기부’를 약속했다. 그의 재산도 기부와 안랩 주가 하락 등으로 787억 원(2015년 국회의원 재산신고 기준)으로 줄었다.
‘安신화’ 뿌리 규명 필요

정치는 세력화다. 안 대표처럼 ‘큰 꿈’을 꾸는 이는 더 유념할 대목이다. 비단 IT 업계뿐이 아니다. 안 대표와 한지붕 아래 들어갔다가 욕하면서 나온 이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와 결별했다가 다시 합류한 윤여준 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은 안 대표가 2014년 7·30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에서 물러났을 때 “임기를 채웠다면 정치 밑천이 드러났을 것”이라고 쏘아붙이기까지 했다. 안 대표가 자신을 떠난 인사들을 찾아다니며 다시 손을 내미는 건 좋은 변화다. 사람은 컴퓨터 백신처럼 쉽사리 새 버전으로 교체할 수 없기에.

박제균 논설위원 phark@donga.com
#안철수#국민의당#더치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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