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조원동]세입감액추경의 세 가지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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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중앙대 석좌교수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중앙대 석좌교수
정부가 추경안을 발표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간 온도차는 있지만 추경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이다. 그런데 추경의 방식이 문제다. 추경 자체가 작년 예산 편성 때 미리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함이므로 어느 정도 세출증액은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경의 방점은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 세입감액에 두어져야 한다.

첫째, 1.5%라는 초유의 저금리 시대에서는 더 이상 금리정책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금년 들어 두 차례 금리를 내렸지만 기업의 투자나 민간소비가 늘었다는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낮은 금리는 한계 기업이나 빚 갚을 능력이 제한적인 가구의 이자 부담을 낮춰줬을 뿐이다. 보릿고개에 이것도 어디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 진작을 위해서라면 확실하게 돈을 써줘야 한다. 그리고 그 주체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금리를 내리고 기금을 동원하는 간접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금리를 더 인하하면 나중에 금리가 인상될 시점에 겪는 어려움만 커질 뿐이다.

둘째, 이왕 정부가 돈을 써야 한다면 효과적으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추경을 하면서 정부가 돈 쓸 곳도 정하지 않고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있다. 세입추경에 대한 지적이라면 사실관계가 틀렸다. 세입추경은 이미 작년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예산 편성에 넣었던 세출사업을 예정대로 집행하도록 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추경을 한다고 새로운 용처를 허겁지겁 찾는 것보다는 더 빠른 방법이다. 당연히 예산 낭비도 훨씬 줄일 수 있다. 만약 기존 세출이 효과가 없는 예산이라 불용시키는 편이 낫다고 얘기한다면, 예산 편성과 국회 심의 과정을 부정하는 것이다. 불용시키는 것이 좋았을 예산이라면 예산 편성 단계에서 아예 빼야 했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재 세입예산의 구조적 허수를 근원적으로 제거해주기 위해서다. 현재의 세수 부족은 구조적이다. 경기가 예상보다 좋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예산편성 관행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예산 편성은 그해의 세입결산이 이뤄지기 전에 한다. 따라서 차기 연도의 세입예산은 전년도 실제 세입이 아니라 전년도 세입예산을 토대로 편성되는 게 현실이다. 만약 전년도 세입예산이 부풀려졌다면 차기 연도 세입 또한 편성 시점부터 거품이 낄 수밖에 없다.

세입을 담당하는 세제실은 차기 연도 세입을 가급적 줄여 잡으려 하겠지만 예산실의 입장은 다르다. 날로 어려워지는 국회의 예산 심의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면 차기 연도 재정 지출 소요를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재정의 건전성은 포기할 수 없다. 이러한 상충된 목표를 충족시키자면 예산 편성 시 세입예산을 늘려 잡아야 한다.

그간에는 실제 세입이 예산보다 많은 경우가 많아 재정 기조에 큰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국세 실적치는 예산보다 2조8000억 원 적었다. 2013년에는 국세 세입을 6조 원 줄이는 세입감액추경에도 불구하고 세입부족액은 8조5000억 원에 달했다. 작년엔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세입부족액은 11조 원에 달했다.

세입부족액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기존 예산도 제대로 지출될 수 없다. 매년 연말이면 부가가치세 환급을 늦추거나 법인세를 앞당기는 등의 방식으로 차기 연도 세입을 앞당기는 편법이 동원되지만 역부족이다. 결국 세입부족액만큼 예정된 세출도 강제로 줄일 수밖에 없다. 한국판 재정절벽이다.

재정절벽은 경기대책 측면에서도 치명적이다. 올해도 경기 대응을 한다는 명분으로 상반기 조기 재정지출이 이루어졌다. 세입 부족으로 하반기에 예정된 재정지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재정 기조가 오히려 긴축 기조로 돌아설 것이기 때문이다.

세수 여건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듯하다. 세입예산 부풀리기 악순환의 고리는 하루라도 빨리 끊어줘야 한다. 재정기조의 리셋버튼을 누르자는 것이다. 이는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위해서도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리셋을 통해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처럼 나타난다 해도, 수면 밑에 감추어진 적자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것뿐이다. 오히려 이를 통해 재정건전성 강화에 대한 공론을 만드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사실 필자도 2013년 세입감액추경을 추진함에 있어 과감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추경이 보다 과감한 세입감액추경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중앙대 석좌교수
#추경#저금리#세입감액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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