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승만·박정희 묘역에서 ‘가해자 반성’ 요구한 문재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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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가 어제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문 대표는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배를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가 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건국과 산업화를 상징하는 두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찾은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진정한 국민 통합은 묘역 참배로 이루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가해자 측에서 지난 잘못에 대해 반성할 때 이뤄진다”는 말로 흔쾌하지 못한 속마음을 드러냈다.

이날 참배에 당 지도급 인사로는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만 동행했다. 정청래 신임 최고위원은 노골적으로 참배를 반대했고, 다른 최고위원들도 의견 통일이 되지 않자 불참했다. 문 대표가 앞으로 ‘중도층 껴안기’를 통해 당 노선을 오른쪽으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을 듯하다.

새정치연합의 정신적 지주이자 박정희 정권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2년과 1997년 두 차례에 걸쳐 야당의 대선 후보와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이승만·박정희 묘역을 참배했다. 그는 박정희 생가도 방문하고,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지원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최고위원들의 참배 불참은 김 전 대통령의 뜻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여야의 영호남 의원들이 김대중 생가와 박정희 생가를 교차 방문하며 국민 화합을 위해 애쓰고 있는 것과도 맞지 않는다.

문 대표는 “당내에서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지만 리더십의 한계가 아닐 수 없다. 새정치연합 인사들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 왔다. 그런 기류를 바꾸는 문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당내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했다. 합의가 여의치 않다면 문 대표가 개별적으로라도 최고위원들을 설득해 함께 참배했어야 했다.

새정치연합은 계파 갈등과 노선 다툼으로 오랫동안 진통을 치렀다. 국민 편 가르기와 ‘반대를 위한 반대’, 투쟁 일변도의 정치 행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표 취임 첫날부터 노출된 당내 엇박자는 문 대표의 리더십이 아직 취약한 상태이고 새정치연합의 앞길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준다.
#문재인#이승만#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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