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각하” 외친 이완구 총리후보, 직언할 수 있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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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어제 내정 일성으로 “무너진 공직 기강을 바로잡고 국민·야당과 소통을 강화하겠다. 대통령께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밝혔다. 여당보다 야당을 먼저 찾아 “야당을 국정의 축으로 인정하고 존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세월호 정국 때 친화력과 리더십으로 야당을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정치력을 보여줬다. 걸어온 이력까지 감안하면 국정수행 능력이나 정치권 및 국민과의 소통에는 기대를 걸어봄 직하지만 ‘직언 총리’가 될지는 미지수다.

이 후보자는 작년 5월 원내대표에 선출됐을 때 “대통령께 어려운 고언의 말씀을 드릴 생각이다”고 했지만, 지금껏 실천에 옮긴 적이 없다. 작년 12월 7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오찬 때는 청와대 문건 파문으로 정국이 어지러운 상황인데도 쓴소리는커녕 “대통령 각하”라는 말을 세 번씩이나 하는 등 예우에만 신경을 썼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해 충남도지사직을 던질 정도로 소신을 보였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자세라면 직언은 고사하고 박 대통령의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받아쓰기 총리’가 되기 십상이다.

이 후보자가 정치인 출신이라 국회 검증과 인준 과정을 통과하기 쉬우리라는 관측이 나오기는 한다. 공직 경험이 많아 하기에 따라선 책임 총리의 면모를 보여줄 수도 있다. 이 후보자가 총리가 되면 사회부총리와 경제부총리까지 모두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지낸 ‘친박 삼두체제’가 된다. 손발을 잘 맞춘다면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을 보완하면서 국정과 정치의 조화를 꾀하는 최적의 조합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서로 자존심을 내세워 힘겨루기를 한다면 최악의 조합이 될 위험성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현재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위를 지키고 있다. 충청 출신 이 후보자의 발탁은 김 대표를 견제하고 친박계를 대표하는 대권주자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후보자가 총리 자리를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는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면 김 대표와의 갈등은 물론이고 야당의 견제도 심해질 수 있다. 이 후보자가 총리 인준을 받게 되면 성공적인 총리 역할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이완구#각하#총리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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