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국가 大業… 감정대립하며 싸울 시간이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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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 기자의 스포츠 인생극장]<30>조양호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서울에 첫눈이 관측됐던 14일 한진그룹 회장인 조양호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장(65)을 만났다. 서울 중구 센터원빌딩 28층에 자리 잡은 조직위원회 서울사무소에서였다. 조 위원장이 8월 부임 후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평창이 2011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될 때 유치위원장이었던 그는 “요즘 밤잠을 자주 설친다. 할 일이 태산 같다”고 했다. 그래도 목소리에는 열정이 넘쳤다. 유치 확정 후 지난 3년 동안 꼬였던 실타래를 풀어갈 가닥을 찾아가고 있다는 자신감이 커 보였다.

○ 너와 내가 아닌 우리 모두의 올림픽


조 위원장은 “올림픽을 유치했으니 성공 개최로 끝맺음해야 한다는 책임과 의무감이 크다. 애국심과 봉사 정신만 갖고 하는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평창 올림픽 개막까지는 불과 3년 2개월여가 남았다. 지나친 이기주의를 앞세운 사공이 쏟아져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거나, ‘나 몰라라’식의 무관심은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그는 “더이상 감정 대립하며 싸울 시간이 없다. 올림픽은 평창만의, 강원도만의, 문화체육관광부만의 행사가 아니다. 국가 대업이다. 중앙 정부와 강원도, 조직위가 삼위일체로 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이 지난달 말 첫 삽을 뜨면서 올림픽 신설 경기장 6곳이 모두 착공하게 된 것도 성과였다.

조 위원장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줄을 잇고 있다. “신축 경기장을 적기에 완공해야 한다. 다양한 국내 기업과의 스폰서 계약도 시급하다.” 평창 올림픽은 대회 인프라 예산만도 6조8935억 원에 이르며 조직위 운영 예산은 2조540억 원으로 책정됐다. 조직위는 로컬 후원사 유치로 8500억 원의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 주도로 기업들이 알아서 금고를 열었다. 이젠 달라졌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내년부터 국내외에서 본격적인 홍보도 시작된다.”

우수 전문가 집단 확보도 필수다. 업무 효율 극대화를 위해 위원장에게 평가권, 인사권 등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 위원장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의 뛰어난 인력을 영입해야 한다. 스폰서 유치가 중요한 이유는 결국 돈이 많아야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평창 올림픽에는 정규인력(1000명)과 임시인력(4000명)에 1만5000명의 자원봉사자가 투입된다. 조 위원장은 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에게 음료까지 직접 서빙하며 공을 들였다. 항공사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오랜 경험은 자원봉사자 운영에도 세세하게 녹아들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장은 “자원봉사자들이 전문적인 서비스를 펼치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 학교에서 올림픽 때 고생한 분들에게 인센티브, 학점 등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1988 서울 올림픽이 ‘한강의 기적’을 보여줬다면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은 세상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평창을 세계 지도에 남겨야 한다. 한국이 교통, 경기장 같은 인프라뿐 아니라 숙박, 음식,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선진국에 도달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시사철 평창을 찾게 된다.”

○ 기업이나 스포츠나 성패는 팀워크에 달려


조 위원장은 겨울 스포츠와 오랜 인연이 있다. 1960년대부터 설원을 누볐던 그는 한때 스키 마니아였다. “1966년부터 스키를 타기 시작했다. 강원도 횡계에서는 리프트도 없는 언덕에 스키를 메고 올라간 적도 있다.” 스키의 매력을 물었더니 “골프와 똑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같은 코스를 가더라도 날씨와 설질(雪質) 등에 따라 매번 다른 느낌을 받는다. 도전 의식을 자극한다. 골프에서 동반자를 배려하듯 스키장에서도 다른 스키어들에 대한 매너를 지켜야 한다.”

조 위원장은 부친인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1920∼2002)의 뒤를 이은 스포츠 후원으로도 유명하다. 조중훈 창업주는 1988 서울 올림픽 유치 때 앞장을 섰다. 대한항공은 1969년 남자 배구팀을, 1973년 여자 탁구팀을 창단해 국내 정상급으로 키웠다. 2011년에는 대한항공 빙상팀이 모태범, 이승훈을 영입해 출범했다. 조 위원장은 “내가 우리 팀 응원을 가면 선수나 감독이 긴장해서 그런지 자꾸 지더라. 그래서 경기장에는 자주 가지 않는다”며 웃었다.

6년째 대한탁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조 위원장은 미국 유학 시절 접한 풋볼(미식축구)에도 조예가 깊다. “어떤 스포츠든 키 플레이어 한 명에게 휘둘려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구성원의 단합된 마음이 승부의 열쇠다. 명망 있는 헤드코치는 독단적으로 팀을 이끌지 않는다.” 공부하는 운동부를 지향하는 조 위원장은 “선수들에게 학습의 기회를 주고 있다. 틈나는 대로 영어 공부 하라고 말한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조직위와 한진그룹의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며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한진그룹은 시스템 경영의 체계가 잡혀 있다. 회사에 신경을 못 쓰니까 오히려 실적이 좋아졌다(웃음).” 올 한 해 개인적인 3대 뉴스를 꼽아 달라고 했더니 그는 “첫째는 위원장이 된 것, 둘째는 위원장 활동을 시작한 것, 셋째는 위원장으로 애쓰고 있는 것”이라면서 “한진해운 인수와 흑자 전환은 4, 5번째”라며 미소를 지었다. 당분간 평창에 올인(다걸기)하겠다는 조 위원장은 조직위를 이끌게 되면서 평소 타던 승용차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바꿨다. 애마 교체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그의 지론과 무관하지 않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겠다는 의미였다. 그는 유치위원장 시절 IOC 위원들을 만나 득표 활동을 펴느라 지구를 16바퀴 돌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 내내 에너지가 충만했던 조양호 위원장은 2018년 한반도에서 맞을 희망을 향한 가속페달을 밟고 있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평창올림픽#조양호#팀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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