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비밀번호 바꾸고 인생도 바뀌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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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름이나 집 호수를 비밀번호로 쓰시나요? 미래 목표나 즐거운 일을 비밀번호로 만들어 보세요. 혹시 아나요. 1만 번 반복해 쓰다 보면 현실이 될지.
아직도 이름이나 집 호수를 비밀번호로 쓰시나요? 미래 목표나 즐거운 일을 비밀번호로 만들어 보세요. 혹시 아나요. 1만 번 반복해 쓰다 보면 현실이 될지.
요즘에는 인터넷 사이트 비밀번호 바꾸기도 참 힘듭니다. 제주도 출장길에 차를 빌리려고 오랜만에 렌터카 업체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았습니다. 비밀번호 교체 주기가 지났다며 바꾸라더군요. 영자 대문자, 소문자, 숫자, 특수기호를 모두 최소한 하나 이상 포함해야 한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여 말입니다. 이 업체뿐 아니라 많은 사이트에서 보안을 강화하겠다며 이렇게 복잡한 비밀번호를 요구하곤 합니다. 무작위로 비밀번호를 만들고 이를 저장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골칫덩어리 비밀번호로 자기 인생을 수렁에서 건진 남자가 있습니다. 에콰도르 출신으로 중국 상하이(上海)에 살고 있는 마우리시오 에스트레야 씨는 ‘비밀번호는 어떻게 내 삶을 바꿨나(How a password changed my life)’라는 글을 미디엄(www.medium.com)에 올렸습니다. 미디엄은 단문 중심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화를 벗어나자는 취지로 만든 ‘긴 글 공유 SNS’입니다. 물론 이 글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연인 즉 이렇습니다. 에스트레야 씨가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1년 사내망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글자가 컴퓨터 모니터에 떴습니다. 그의 눈에는 화가 난 할아버지가 “네 우울증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외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사내망 비밀번호 규칙 역시 복잡하기는 마찬가지. 그는 가장 간절한 자기 소원을 담아 ‘Forgive@h3r’이라고 비밀번호를 바꿨습니다. ‘그녀를 용서하자(forgive her)’는 뜻이죠.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주문을 외듯 이 비밀번호를 쳤습니다. 그러면서 이혼 후 점심도 늘 혼자 먹으며 외톨이를 자처하던 그의 마음가짐도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한 달에 한 번씩 비밀번호를 바꿔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에스트레야 씨는 이 기법을 다른 분야에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밀번호에 자기 목표를 적용한 겁니다. 다음처럼 말입니다.

Quit@smoking4ever(영원히 담배를 끊자), Save4trip@thailand(태국에 여행 갈 돈을 모으자), Sleep@before12(밤 12시 전에 자자), No@drinking2months(두 달 동안 술 마시지 말자), Get@c4t!(고양이를 사자), Facetime2mom@sunday(일요일에는 엄마하고 화상 통화 ‘페이스 타임’을 하자).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비밀번호를 Ask@her4date(데이트를 신청하자)로 바꾸게 됐습니다.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 거죠. 이 비밀번호는 머잖아 Save4@ring(반지 살 돈을 모으자)으로 바뀌었습니다. 올 6월 결국 프러포즈에 성공하면서 그는 인생을 바꾸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됐습니다. 주문이 통한 거죠.

그런데 에스트레야 씨도 딱 하나 실패한 게 있는데 Eat2times@day(하루에 두 끼만 먹자)였다고 합니다.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저도 알고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게다가 행복한 커플일수록 살이 찐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 분은 영어로 썼지만 한글 비밀번호를 이런 식으로 치면 대소문자 구분은 별문제가 아닙니다. 문장부호를 넣으면 특수기호도 비밀번호에 넣을 수 있고요. 숫자도 큰 걸림돌은 아닐 겁니다. 여러분이 자기 인생에 걸고 싶은 주문이 있다면 비밀번호부터 바꿔보시면 어떨까요. 저도 생각해둔 게 있지만 비밀번호니까 지면에 공개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럼 4wnddpEhaksskdy!(나중에 또 만나요!)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kini@donga.com
#인터넷 사이트 비밀번호#영어#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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