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럴 거면 “공공기관 파티 끝났다”는 말 왜 꺼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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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 과제로 추진했던 공공기관 개혁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게 생겼다. 기획재정부는 어제 내놓은 ‘공공기관 중간평가 결과와 후속조치’에서 기관장 해임 건의나 임금 동결 조치를 한 군데도 하지 않았다. “실적이 부진한 공공기관은 기관장을 해임하고 성과급을 제한하겠다”며 서슬이 퍼렇던 올해 초와 딴판이고, “공공 부문 개혁에도 한층 박차를 가해 적자를 줄여갈 것”이라는 그제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과도 거꾸로 가는 모습이다.

38개 중점관리대상 기관 가운데 부산대병원은 방만 경영 개선과 관련한 노사 합의를 못했지만 평가를 미뤄줬다. 광물자원공사와 석탄공사도 부채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기재부는 오히려 공공기관들의 성과급이 많이 깎였다며 평가 상위 50%인 20개 기관에 인센티브로 월급여의 30∼90%를 더 주기로 했다. 작년 말 부총리가 나서 “파티는 끝났다”고 선언한 지 1년도 안 돼 공공기관 개혁이 공공기관 포상 계획으로 바뀐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기재부는 어제 “부채를 24조 원 줄여 20조 원이었던 감축 계획을 초과 달성했다”면서 “공공기관 정상화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자화자찬(自畵自讚)했다. 그러나 부채 감축 실적 1위인 동서발전은 2966억 원 부채 감축 목표를 제출해 2990억 원을 줄였다. 4조 원이 넘는 빚 가운데 쥐꼬리만큼 줄인 이 회사는 울산에 호화 청사를 지어 국정감사에서 성토를 당했다.

공공개혁이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데는 지난해 12월 졸속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한 이유도 있다. 이번에 부채 감축 실적이 높은 에너지기업 4개는 경영효율성을 높인 게 아니라 태양광 풍력 등 차세대 사업을 팔아서 빚을 갚았다. 청와대가 말로는 공공기관 개혁을 외치면서 낙하산 인사를 계속하고, ‘경제활성화’를 강조하며 봉급 인상까지 해주니 ‘신의 직장’이 달라질 리 없다. 결국 1년 동안 온갖 화려한 말잔치만 벌이고 지나간다면 이 정부에서 공기업 개혁은 기대할 것이 없다.
#공공기관#개혁#경제혁신 3개년#부산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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