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현두]류중일 감독의 ‘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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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두 스포츠부 차장
이현두 스포츠부 차장
이번에는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 차례다. 9월 인천 아시아경기에 출전할 야구대표팀 명단이 28일 발표되자 ‘배려’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축구와 비슷하다. 몇몇 선수는 성적을 기준으로 뽑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각 팀의 군 미필 선수를 골고루 선발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야구팬이라면 대표팀 명단만 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류 감독도 지난주 “누구를 뽑아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논란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논란을 피하지 않은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태극마크를 다는 것은 모든 운동선수들의 오랜 꿈이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태극마크만으로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그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나라가 비슷하다. 따라서 새로운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에게 군 면제 혜택을 주는 것도 그중 하나다. 속물이라고 비난을 해도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실제 이번 야구대표팀 선발 전 군 미필 선수들은 대표팀 승선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군대를 갔다 온 선수들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상대적으로 대표팀 선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야구는 단체경기다. 지명타자까지 포함해 그라운드에 나서는 10명의 역할이 각기 다르다. 경기 상황과 팀 작전에 맞춰 9명의 타자가 타석에서 수행해야 할 임무도 달라진다. 그래서 홈런 타자는 물론이고 주루 플레이를 잘하는 타자도 필요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의 주역 중 한 명인 정근우(한화)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나는 주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주자로 나갈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해서든 득점을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그는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대주자로 나가 동점 득점을 올렸다. 사격이나 유도, 레슬링과 같은 개인종목과는 달리 단체종목은 대표팀을 선발하는 데 고려할 것이 많다.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성적표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이유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대표팀에 당시 팬들에게 이름조차 생소했던 박지성과 김남일을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군 미필 선수 못지않게 금메달에 대한 욕심이 강한 사람은 류 감독이다. 류 감독은 지난해 처음으로 대표팀을 이끌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지만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프로야구 삼성 감독에 부임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프로야구를 3연패한 그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굴욕이다. 그런 만큼 국가대표 감독으로 두 번째 국제대회인 이번 아시아경기를 준비하는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인천 아시아경기에 라이벌 일본은 사회인 야구 출신으로 대표팀이 구성돼 한국보다 전력이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만은 프로선수들로 팀이 꾸려져 한국이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한국이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따 놓은 당상’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대회를 통해 명예회복을 노리는 류 감독이 팀 전력 강화보다는 ‘배려’를 우선해서 선수 선발을 했다는 주장은 억지다. 다만 비슷한 기량과 성적을 갖춘 선수들 중에서 일부만을 선발해야 했을 때 어느 한 팀도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를 했다는 주장이 더 적절하다. 그것은 모든 팀들의 팬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부디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 류 감독의 배려가 더이상 비난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현두 스포츠부 차장 ruchi@donga.com
#류중일#인천 아시아경기#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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