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의 명운 걸고 ‘官피아’ 용어 자체를 없애버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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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전방위적인 민관(民官)유착 수사에 나선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어제 검사장 회의에서 전국 지검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민관유착 비리 수사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낳은 병폐로 민관유착을 지적하면서 관(官)피아(관료+마피아) 비리 척결이 국가 개조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검찰은 이미 해운 분야 전반에 걸쳐 민관유착을 파헤치고 있다. 검찰은 해양수산부 고위 관료 출신으로 2010∼2013년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을 지낸 이인수 인천항만공사 항만위원장의 횡령 혐의를 포착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또 인천해양경찰서 해상안전과장으로 근무할 때 선주 모임에서 수백만 원 상당의 향응을 받고 여객선 승선 인원 초과를 눈감아준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장모 특공대장을 구속했다.

민관유착은 해운 분야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수십 년간 쌓인 병폐다. 해운 분야 민관유착이 세월호 침몰이라는 참사를 낳았다면 다른 곳곳에서 벌어지는 민관유착은 어떤 비극을 잉태하고 있을지 불안하다. 이번 대검 회의에서는 각종 인허가 규제, 정부 지원 보조금 비리, 대형 건설사업 발주 비리 등 온갖 분야에서의 민관유착 유형이 거론됐다. 전국에서 전 분야에 걸쳐 고위직뿐 아니라 중하위직 공무원까지를 모두 대상으로 하는 유례없는 반(反)부패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민관유착 수사에서 검사도 예외일 순 없다. 부장검사가 내사 중인 기업 등으로부터 10억 원대의 뇌물을 받아 징역 7년을 선고받은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민관유착 수사는 깊숙이 들어갈수록 관행과의 싸움이 된다. 과거 ‘떡값’이란 명목으로 사법처리를 모면했던 삼성 떡값 유의 사건도 되풀이돼선 안 된다. 관피아는 전관예우에서 출발한다. 전관예우로 말하자면 법조계가 가장 심하다. 법조계의 전관예우까지 손본다는 각오로 검찰은 수사에 임해야 한다.

수없이 부패 척결을 외쳤지만 민관유착이 여전히 문제라는 것은 그만큼 뿌리 뽑기가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피아에서 ‘(마)피아’를 떼내 관피아라는 용어 자체를 없애는 작업은 쉽지 않다. 그러나 국가 개조를 위한 수사라면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 어떤 관행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건드리지 않은 것이 많다.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적폐가 됐다. 이번 수사가 바로 그 적폐를 털어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검찰#민관유착#관피아#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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