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스노든과 퓰리처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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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8년 4월 20일 미국이 스페인에 선전포고를 했다. 스페인이 지배하고 있던 쿠바의 아바나 항에 정박한 미 군함 메인호에서 두 달 전 폭발이 발생해 침몰한 사건이 불씨였다. 배후로 지목받은 스페인은 완강히 부인했지만 미 언론은 ‘메인호를 기억하라’며 국민감정을 부추겼다. 결국 일방적 승리로 전쟁을 끝낸 미국은 괌 푸에르토리코 필리핀을 얻었다. 폭발 원인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1976년 미 해군 제독은 내부 폭발 가능성을 제기했다. 1998년 ‘내셔널지오그래픽’ 조사에선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메인호 사건 당시 미국 신문 재벌 조지프 퓰리처(1847∼1911)가 운영한 ‘더월드’는 ‘시민 케인’의 모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이끌던 ‘뉴욕저널’과 함께 선동적 기사를 앞다퉈 실었다. 두 신문은 판매 부수를 늘리기 위해 사사건건 치열하게 경쟁했던 라이벌. ‘황색 저널리즘’이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였다. 헝가리 태생의 가난한 이민자에서 신문왕에 오른 퓰리처는 훗날 잘못을 반성하고 올바른 언론의 역할을 고민했다.

▷퓰리처상은 그의 유지를 따라 1917년 제정됐다. 황색 저널리즘의 대명사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언론상 탄생의 모태가 됐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매년 4월 언론 분야 14개 부문, 문학 음악 등 7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발표한다. 언론계 최고 영예의 상으로 자리매김했지만 크고 작은 논란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 재닛 쿡 기자는 마약에 중독된 흑인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해설기사 ‘지미의 세계’로 1981년 탐사보도 부문 수상자로 뽑혔으나 나중에 조작 사실이 드러나 상을 반납했다.

▷미 국가안보국(NSA)의 불법 도감청을 폭로한 워싱턴포스트와 영국 가디언이 올해 공공서비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정부가 간첩 혐의로 기소한 전 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건네준 기밀서류를 바탕으로 쓴 기사라는 점에서 평가는 엇갈린다. 하지만 ‘신문에 폭로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그 어떤 법률과 도덕보다도 더 많은 범죄를 예방한다’는 퓰리처의 신념은 지금도 진실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스페인#쿠바#메인호#조지프 퓰리처#기사#황색 저널리즘#에드워드 스노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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