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성호]구글과 삼성의 차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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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사회부 기자
이성호 사회부 기자
“모든 일이나 미팅은 미리 일정을 잡고 진행된다. 심지어 동료 사이에 커피 한잔하면서 잠깐 대화하는 것도 미리 시간을 정해놓고 만난다. 지위에 상관없이 약속을 잡지 않고 불쑥 미팅을 하자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구글의 한국인 임원 김현유 씨(38)가 2012년 9월 펴낸 ‘꿈을 설계하는 힘’의 한 구절이다. 그는 2007년 구글러(Googler·구글 직원을 일컫는 말)가 됐다. 김 씨는 구글의 자유분방한 사내 분위기를 전하면서 그 배경으로 모든 구성원의 효율적인 스케줄 관리를 중요하게 꼽았다.

반면 한국 기업의 모습은 어떨까. “지금 회의실로 모여라” “바로 내용을 보고하라” 등 무작위로 잡히는 미팅과 보고가 김 씨가 목격한 한국 기업의 일상이다. 이는 김 씨의 이력과 맞물리면서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2002년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에 입사해 5년간 일했다. 그가 접한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문화 차이는 누리꾼들에게 구글과 삼성의 차이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이런 차이를 갖고 두 회사의 우열을 판단할 수는 없다. 이는 미국식과 한국식, 나아가 서양과 동양의 문화 차이에 더 큰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철저한 시간 배분에 따른 효율성 못지않게 한국의 신속한 의사절차가 주는 효율성도 크다. 문제는 그 효율성이 직원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구글 같은 기업들이 일과시간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이 크다. 불필요한 일을 줄여야 그날 예정된 업무를 마칠 수 있다. 그리고 제시간에 퇴근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서는 예고 없이 터지는 일 때문에 정작 예정된 일이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직장인들의 퇴근이 하릴없이 늦어지는 이유다.

이런 문화는 한국의 근로시간을 세계 최고 수준에 올려놓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092시간(2012년 기준)에 이른다. OECD 평균(1705시간)보다 400시간 가까이 많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단순히 일을 적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장시간 근로로 인한 산업재해 가능성을 낮추고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선물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생산성 증가는 기업의 비용 증가분을 상쇄할 수 있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캠페인에 나섰다. 그러나 기존의 ‘정시퇴근 운동’이나 ‘야근 안 하는 날’ 실시 정도로는 실현되기 어렵다. 기업의 업무처리 방식이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다. “10분 뒤 회의!”라는 팀장 부장의 호출이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이성호 사회부 기자 starsky@donga.com
#구글#삼성#기업 문화#효율성#근로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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