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류민희]한국 성형미인들 얼굴이 비슷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류민희 성형외과 전문의
류민희 성형외과 전문의
얼마 전 인터넷에서 모두 비슷비슷한 얼굴의 ‘강남언니’가 화제가 되고, 외국 언론에서도 한국 미인대회 입상자들의 얼굴은 구별이 안 되는 것 같다고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그것도 성형 수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한국에서.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늘날 미에 대한 트렌드가 서구화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작고 답답한 눈보다 또렷하고 시원해 보이는 눈매가 매력적이고, 낮고 펑퍼짐한 코보다 콧대도 있고 곡선미가 살아 있는 코가 예쁘다. 그리고 투박하게 튀어나온 광대와 턱을 갸름하게 다듬으면 보다 여성스러워지고, 상대적으로 밋밋하고 넓은 얼굴보다는 입체감이 살아 있는 얼굴이 훨씬 생기 있어 보인다.

서양인들은 큰 코를 줄이고, 더 강한 인상을 얻기 위해 광대나 턱을 키우려는 성향이 강하다. 반면 동양인들은 낮은 코를 높이고, 두드러진 광대와 턱을 줄이려 한다.

하지만 성형미인들의 얼굴이 점점 닮아가는 것은 왜일까. 먼저 각자의 개성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눈은 상하좌우로 키우고, 코는 오뚝하게 세우며, 두드러진 광대와 턱은 깎아내면서 이마나 볼을 볼록하게 하는 시술이 일반화되었다. 한국에서 시작된 이런 트렌드가 널리 퍼져 이제는 동양인들의 성형 수술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은 것 같기도 하다. 이런 획일적인 기준으로 시술을 요구하고 그에 맞춰 수술이 시행되기 때문에 각자의 개성이 사라지고 모두 비슷한 얼굴이 되어간다.

과한 시술을 요구하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부위별 미적 기준에서 최대한 키우고 높이고 깎았는데 예쁜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잣대로 수술을 받은 결과가 강남언니가 아닐까. 여기에 병원들의 과당경쟁과 지나친 광고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아름다움은 먼저 자신의 개성을 존중하고 찾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각각의 부위를 획일적인 기준에 맞추려는 것은 본인의 자유지만 세련되지 못한 판단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본인도 마찬가지지만 집도하는 의사도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서 꼭 필요한 수술만 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성형외과가 이제는 호흡을 고르면서 한 단계 도약해야 할 때다. 명성에 걸맞게 각자의 자연스러운 개성이 배어 있는 우아한 결과로 승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강남언니나 비슷비슷한 얼굴의 미인대회 입상자 논란에 가장 가까이 있는 성형외과 의사로서 그런 비난은 이제 그만 듣고 싶다.

류민희 성형외과 전문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