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개성공단 국제화 의지, 북이 화답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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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이탈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탈리아 기업의 개성공단 참여를 제안했다. 지난달 남북이 정상화에 합의한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위해 박 대통령이 직접 ‘세일즈 외교’에 나선 것이다. 개성공단의 국제화가 이뤄진다면 공단 운영의 안정성과 발전 가능성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개성공단이 지금처럼 임금이 싼 의류 봉제 같은 임가공 사업에만 의존할 경우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중국을 방문한 뒤 ‘천지가 개벽했다’고 감탄했던 상하이의 선전, 푸둥 특구 역시 외국자본의 자유로운 투자를 보장했기에 가능했다. 개성공단 국제화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시키면서 통일 후까지 내다볼 수 있는 큰 그림이다.

현실적으로 북한과 적대관계인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국내법 때문에 개성공단에 투자하기는 어렵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나 중국 기업들이 유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들 국가의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참여한다면 북한도 쉽게 공단 폐쇄 등의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기 어려워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

박 대통령은 러시아 언론 인터뷰에서 남북에 신뢰가 쌓이고 비핵화가 진전된다는 것을 전제로 통신, 교통, 전력 등 대규모 인프라 지원 가능성을 언급했다. 개성공단 정상화, 이산가족 상봉에 이은 향후 남북관계 완전 복원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어제 개성공단 출입경 인원을 통보하는 데 이용하던 서해지구 군(軍)통신선 재연결은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북한이 과거 이산가족상봉 장소였던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의 사용에 난색을 보인 것은 유감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먼저 예약을 했으니 해금강호텔과 현대아산생활관을 사용하라는 것인데 대부분 고령자인 이산가족이 사용하기에는 안전에 문제가 있고 장소도 협소하다.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우리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한국 정부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다음 달 2일로 미룬 데 대해 북한 측이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남북 간 신뢰의 싹이 트면 금강산관광 재개 이상의 남북교류 협력사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인도주의적 현안에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은 북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성공단 국제화#박근혜 대통령#G20 정상회#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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