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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37〉씹으면서 맛 느끼는 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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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37〉씹으면서 맛 느끼는 옥수수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입력 2018-07-02 03:00수정 2018-07-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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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스타일의 그릴콘.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으음∼. 아주 달아요. 다음에 지나가면 또 사가야겠어요.”

1990년대 말, 미국 뉴욕에서 필라델피아를 지나는 길에는 농장주들이 직접 운영하는 간이상점이 드문드문 펼쳐져 있었다. 금방 딴 것이니 맛보라고 건네는 옥수수를 받아든 아내는 씹으며 놀라워했다. 그때 처음으로 옥수수를 익히지 않고도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씹으면서 흐르는 생즙 맛을 영원히 기억하게 된 것이다.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첫 옥수수는 생옥수수가 아닌 옥수수가루였다. 전쟁 후 미군이 주둔한 일본 오키나와는 항상 먹을 것이 부족했다. 학교에는 미군 트럭이 들어와 분유를 나눠줬고 가정에는 옥수수가루가 배급됐다. 처음 먹어 본 우유는 전교생을 쉴 틈 없이 화장실로 뛰어다니게 만들었고 급식은 단 며칠 만에 금지됐다. 한국에서 많이 먹는 찰옥수수는 중국에서 품종이 개발된 것으로 동남아시아에서도 많이 먹는다. 오래전 어린 조카를 데리고 한국을 방문한 아버지는 어렸을 때 즐겨 드셨던 찰옥수수를 보고 놀라셨다. 요즘 일본에서 흔히 먹는 옥수수는 달고 부드럽기만 하다는 말에 그것에 이미 익숙해진 어린 조카는 이견을 보였다. 나도 약간은 끈적이고 단맛이 도는 한국식 찰옥수수를 먹지만 좋아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미국인들은 여름철이 되면 바비큐를 즐긴다. 불을 피우고 준비된 재료를 구워내는 것이 남자들의 일이라면 여자들은 콘브레드를 만들고 콘슬로나 달걀, 감자를 삶아 샐러드를 만든다. 가정에서는 옥수수를 미리 삶아 준비하면 좀 쉽게 바비큐를 해서 먹을 수 있다. 식당에서 준비하는 방법은 소금물에 옥수수 껍질이 여러 겹 붙은 채로 20분 정도 담가 둔다. 물기를 뺀 후 표면이 시꺼멓게 될 때까지 구운 다음 까먹으면 훈제향이 느껴져 훨씬 더 맛이 있다. 옥수수를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수확하자마자 재빨리 요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급속히 떨어지는 당분은 전분으로 변하기 때문에 소금을 살짝 넣고 끓인 물에 5분 정도 삶아 두면 단맛이 어느 정도 보존된다.

뉴욕에서 같이 일했던 주방 스태프 중에는 불법으로 일하는 멕시코인이 많았다. 휴일마다 그들이 모여 사는 퀸스의 공원에서 바비큐를 한다며 자주 초대를 받았다. 집에서 미리 삶아온 옥수수를 그릴에 얹어 다시 한 번 굽고 마요네즈와 칠리파우더, 짭조름한 치즈가루, 라임주스를 뿌려 전채요리로 낸다. 부드럽고 달콤하며 매콤, 새콤, 짭조름한 맛까지…. 거기에 숯불 향까지 더해졌다.

메인 코스로 등장한 삶은 돼지 한 마리는 뼈 마디마디가 쉽게 분리됐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먹을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잘 정리해 먹기 쉽게 다진다. 그 사이 아보카도가 주 재료인 과콰몰레와 토마토 살사, 할라페뇨와 라임, 부드러운 홈 메이드 토르티야도 준비됐다. 시원한 맥주 또는 테킬라에 기름이 줄줄 흐르는 다진 돼지와 각자 원하는 재료들을 토르티야에 싸먹는다. 내가 그 맛을 본 후 왜 그들이 전 세계 멕시코요리 체인점인 타코벨에 가지 않는지 알게 됐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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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콘브레드#콘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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