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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의 일상에서 철학하기]<41>안전은 속도를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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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의 일상에서 철학하기]<41>안전은 속도를 싫어한다

김용석 철학자입력 2018-02-03 03:00수정 2018-02-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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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철학자
이른바 ‘안전 불감증’ 때문에 온 나라가 침울합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에 필자는 안전 불감증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억지 제안까지 했습니다. 말꼬투리 잡는 것 같지만 이제 또 같은 입장을 반복하는 것은 안전의 문제가 엄중하기 때문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안전 불감증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안전은 못 느껴도 상관없습니다. 삶에 안전이 보장되어 있다면 못 느껴도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삶의 조건은 희망 사항입니다. 문제는 불안전한 것이 곳곳에 상존하는데도 못 느낄 때 발생합니다. 곧 ‘불안전 불감증’이 문제인 것입니다. 이 말이 좀 어색하다면 바꿔 쓸 수도 있습니다. 안전의 반대말이 위험이니까, ‘위험 불감증’이 문제인 겁니다.

물론 안전 불감증이라는 말은 안전 문제가 심각한데 그걸 제대로 의식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안전 문제, 안전사고 등의 표현과 달리 안전 불감증은 개념적 전도의 사례이며 일상적으로 반복 사용하면 의식 형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습니다. 말꼬투리라도 잡아서 경종을 울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위험을 못 느낀다고 하면 좀 더 경각심을 가지리라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나아가 ‘잠재적 폭력성 지수’라는 아주 강한 표현의 개념까지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안전의 문제가 더욱 중요해지는 데는 문명사적 이유가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위험 요소를 지닌 문명의 산물은 대폭 증가해 왔습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단층 가옥이 아니라 다층 건물 또는 고층 빌딩에 살고 있습니다. 자동차, 지하철, 고속철, 비행기가 가진 잠재적 위험 요소는 말할 나위도 없지요. 오늘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전기와 가스의 사용은 화재의 위험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그 예는 수없이 많습니다. 현대 문명 이기는 인간에게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잠재적 지수가 높기 때문에 안전의 차원에서는 항상 ‘해기(害器)’가 될 수 있습니다.

삶에서 안전은 정말 중요합니다. 안전은 생명과 생존의 문제입니다. 또한 일상생활의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일시적 경각심이 아니라 지속적 관심을 갖고 안전 의식을 체화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생활습관화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고와 재난 앞에서 허둥대며 쉽게 위험에 빠집니다.

개인으로서는 습관이고 공동체 차원에서는 안전한 생활을 위한 좋은 관습이 중요합니다. 세심하게 안전을 챙기는 사람을 꼼꼼하다고 빈정대지 말아야 합니다. 나라의 차원에서는 철저한 안전 시스템을 만드는 책무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합니다. 세심함과 철저함은 함께 가는 개념입니다. 안전은 디테일에 있습니다.

현대 문명에서 특히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또 있습니다. 안전은 속도에 반비례합니다. 얼른 자동차를 떠올리겠지만 그것만이 아닙니다. 각종 공사와 제품 생산 등 일을 빨리 처리하려는 모든 과정에서 안전은 속도에 반비례합니다. 또한 사고가 날 확률이 아주 적은 것이라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확률과 기회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100만분의 일의 확률이라도 그것이 내게 발생할 기회는 지금일 수도 있습니다.


고대로부터 철학자들은 ‘외적으로는 우연이나 내적으로는 필연인 것’을 비극으로 인식해 왔습니다. 우연으로 보이는 비극적 사고도 필연의 깊은 함정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필연의 심연을 보았을 때는 이미 늦은 겁니다. 이야기가 무거워졌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안전의 주제는 엄(嚴)하고도 중(重)하기 때문입니다.

김용석 철학자


#안전 불감증#안전#위험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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