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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의 일상에서 철학하기]“사람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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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의 일상에서 철학하기]“사람을 찾습니다”

김용석 철학자·영산대 교수입력 2017-08-05 03:00수정 2017-08-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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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철학자·영산대 교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황당하면서도 섬뜩한 일화들을 남겼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빛 가리지 말고 비키라고 했다는 얘기는 유명합니다. 더러운 장소를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는 그를 보고 사람들이 빈정대면, “햇빛이 뒷간에 들어온다고 햇빛이 더러워지나?”라고 반문했고, 하인에게 신발을 신기게 하는 사람에게는 “그대는 코도 풀어달라고 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군” 하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디오게네스는 밝은 대낮에 등불을 들고 돌아다녔습니다. 사람들이 그를 놀리며 무엇을 찾고 있냐고 묻자 태연히 “사람을 찾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에게 거리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은 사람이 아닌 것이지요. ‘사람다운 사람’이 없으니까요.

사람을 찾는 일, 그것은 오늘 우리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나라의 공직을 맡길 사람을 찾는 일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의 공직자들이 말썽 많던 인사 검증을 거쳐 일을 시작했지만 후유증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공약 파기, 코드 인사, 독선적 임명 강행, 협치 부재 등의 비판이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좀 다른 것입니다. 드러나지 않지만 미묘하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사 검증의 두 가지 차원인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업무 수행 능력을 분리해서 보고자 하는 태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도덕적 흠결이 있지만 업무 처리 능력은 충분하다는 ‘변명’의 이면을 보아야 합니다.

도덕성과 능력은 분리될 수 있는 걸까요? 얼른 보면 그럴 것도 같습니다. 전문 분야의 능력만 있으면 업무 수행에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인간 의식의 착시 효과입니다. 문제가 된 인사 원칙을 한번 봅시다.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 면탈, 논문 표절, 이 모든 것은 사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하는 행위입니다. 사회의 공공성을 해치는 행위입니다. 공공 의식이 결여될 때 이런 비리를 저지릅니다. 국가의 공직은 당연히 공공성을 기본으로 합니다. 아니 공공성 그 자체입니다. 도덕성과 능력은 바로 ‘공적인 것’을 공통분모로 하고 있습니다.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사람이 공무를 수행하기에 부적합한 이유는 윤리적인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실용적인 데에 있습니다. 나아가 업무 수행의 효율성 차원에 있습니다. 공공 의식의 결여를 내포한 도덕적 흠결은 공적 업무 수행 능력의 부족과 짝을 맺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결여’는 어떤 방식으로든 공적 업무 수행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명된 공직자들은 안도할 게 아니라 이 본질적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자기성찰을 하며 업무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도덕성과 능력이 쉽게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은 ‘덕(德)’이라는 말과 이에 상응하는 ‘버추(virtue)’라는 말의 발전사를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이 두 말은 ‘사람다운 사람’처럼 ‘∼답다’라는 도덕적 의미와 ‘해내다’라는 능력의 뜻을 모두 포함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존경받는 대통령이었던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의 말을 상기해 봅니다.

“정치는 세상을 책임지고자 하는 개인의 도덕에 근거합니다. 정치가 공동체를 속이기 위한 표현이 아니라 공동체의 행복에 공헌하려는 열망의 표현이어야 한다고 가르쳐 봅시다.”


도덕성과 능력을 분리해서 인사 문제를 변명하려는 논리(?)는 비교육적입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의 태도와 발언 또는 암묵적 의도 등은 나라 사람들의 의식에 영향을 끼칩니다. 곧 ‘교육적인 것’과 은밀히 연계되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김용석 철학자·영산대 교수
#디오게네스#사람#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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