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음악상담실]이해하고 웃으세요, 즐거워질 테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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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비치 보이스의 ‘Sloop John B’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 노래는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의 민요를 편곡한 노래입니다. 주인공이 긴 여행을 마치고 ‘슬루프 존 비’라는 배를 타고 고향 바하마로 돌아가는데 항해 중 선원들이 반란을 일으키죠. 약탈을 당하고 엉망진창이 된 주인공은 “이 여행은 내 생애의 최악의 여행이었어!”, “난 집에 가고 싶어!”라는 하소연을 되풀이하며 노래를 마칩니다.

천재 작곡가 브라이언 윌슨의 노래가 많지만,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비치 보이스의 노래는 척 배리가 만든 ‘서핑 유에스에이’, 둘째는 이 노래랍니다. 아이러니죠. 그것이 인생이죠. 나는 이런 의도로 말했는데 상대방은 다르게 이해하고, 나는 이런 사람이었는데 타인들은 다르게 기억하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가 베트남전에 참전했을 때 이 노래가 나옵니다. “이건 최악의 여행이야! 난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부분이 강조되죠. 하지만 그 최악의 여행이 검프에게 전혀 새로운 관계와 기회를 열어줍니다. 어찌 되었든 이 노래에서도 비치 보이스의 화음은 여전히 여름이고, 12줄 기타 소리는 시원합니다.

여름휴가를 준비 중인 분들 계시죠? 지난번의 여행을 떠올리며 벌써 걱정이 앞서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가족끼리 함께 즐겁게 지내자고 떠나서, 결국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꽤 많으니까요. 조금만 인내하고 양보하면 집에 잘 돌아올 수 있을 텐데, 그것이 쉽지 않죠.

함께하는 여행을 탈 없이 잘 다녀오려면, 덤으로 즐거운 추억까지 쌓으려면 가는 사람들이 함께 계획을 짜야 합니다. 최소한 각자의 의견이 반영은 되어야 하죠. 중심에 선 리더가 중재를 잘해야 합니다. 나에게 좋은 것이 타인에게는 별로일 수 있고, 처음부터 여행을 원하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싫다는 한계를 인정해야죠. 특히 청소년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도요. 따라와 주는 것에 고마워해야 하죠.

우리 집도 아들이 좋아하면 딸이 싫어하고, 아내가 좋아하면 아이들이 싫어하고, 저만 좋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역사적 명소는 또 하나의 건물일 뿐이죠. 저에게 맛집이 또 하나의 긴 줄일 뿐이듯. 서로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인간의 눈은 거짓말을 잘 못합니다. 눈은 이성의 힘으로 조절하기 힘든 몇 개의 기관 중 하나인데, 그 ‘조절력의 상실’을 가장 잘 들키는 기관이죠. 이럴 때 긴장감을 완화시켜 줄 이타심과 유머가 필요합니다. 좀 더 현명한 사람이 그 역할을 해야죠. 제 아내가 담당합니다.

함께 여행을 잘하려면, 함께 잘 살아가려면, ‘함께 살아가는 기술’을 익혀야 합니다. 그 기술은 교과서적이고 지름길은 없습니다. 먼저 인정과 칭찬의 언어적인 소통입니다. 즐거움과 행복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더 좋은 것을 위한 인내와 하얀 거짓말도 필요합니다. 계획한 사람이 “좋지?”라고 물어보기 전에 좋다고 해주면 좋겠지만, 싫다고 하지 않으면 좋은 것이라고 믿는 긍정적인 자세도 필요하죠.


그다음은 비언어적인 소통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기에, 서로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는, 서로에게 배려심과 따뜻함을 전달하는 것이죠. 함께하는 시간 동안 기대하지 않았던 기회와 기쁨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을 가지고. 늘 말보다 행동이 더 중요하죠.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비치 보이스#sloop john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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