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음악상담실]“넌 왜 그래?” 말고 “나 섭섭해”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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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산타 에스메랄다의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원래 재즈 노래였는데 1960년대 애니멀스가 록으로 편곡해서 히트시켰고, 1970년대에는 산타 에스메랄다가 라틴 음악이 가미된 디스코로 편곡해서 더 인기를 끌었습니다. 젊은이들은 이 노래를 영화 OST로 알고 있죠. 긴박한 추격전의 배경 음악으로 주로 사용되곤 하니까요.

노래의 주인공은 고백합니다. 나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에, 나약한 인간이기에 바보 같은 실수를 하고 후회를 한다고. 하지만 너를 사랑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는 것만은 알아달라고. 가족에 대한 제 마음과 흡사합니다. 제가 진료하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님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전달하고 이해받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죠.

인간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나도 늘 오해와 갈등을 겪게 됩니다. 가장 큰 원인은 ‘언어’ 때문이죠. 감정을 말로 표현하고 그것을 상대방이 번역해서 감정으로 이해하는 과정에서 여러 오류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좋은 감정과 의도를 공유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화를 못 하기 때문이죠.

가장 흔한 비효과적인 대화는 해결책을 지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면, 먼저 “당장 휴대전화 내려놓고 공부해!”라고 구체적인 행동을 지시하는 명령형이 있고,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혼날 줄 알아!”라고 지시에 위협을 더하는 경고형이 있습니다. 제일 비효과적인 것은 “학생이면 학생답게…”라며 해결책에 긴 훈계와 충고를 더하는 설교형 지시죠. 물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이겠지만 반복해서 들으면 짜증을 넘어서 머리가 지글거릴 정도의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지시를 하려면 행동 지침만 짧게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을 무시하는 화법도 비효과적입니다. 우위에 있는 사람이 대화를 하는 척하며 상대방을 압도하려 할 때 잘 쓰죠. “너처럼 눈치 없는 애는 처음 본다!”라는 식으로 상대방을 규정하고 비판하는 판단형이 있고, 더 심하게는 “자기만 아는 욕심쟁이!”라고 비판을 넘어 구체적인 별명을 붙여서 모욕을 주는 조소형도 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친밀감을 높이려는 대화는 흥정과 거래가 아닙니다. 먼저 상대방을 존중하고, 섣불리 단정 짓지 않으며 지시나 강요를 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더 현명하고 힘이 있는 쪽이 먼저 경청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느껴야 하죠. 그 다음 나의 요구 사항을 긍정적인 언어로, 구체적인 행동으로 요청하고 오해를 막기 위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대화 방법은 ‘I 메시지’입니다. 먼저 상대방의 행동에 평가를 넣지 않고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당신이 늦게 와서), 그 결과를 설명하고(나는 오래 기다렸다), 그 결과에 동반된 나의 느낌(지치고 화가 났다)을 진술하는 것이죠. 나의 감정에 대한 솔직한 설명이 주가 되기 때문에 상대방이 비난받는 느낌이 덜하게 됩니다. 그 반대는 “너는 늘 그래!”라고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평가와 비난이 주가 되는 ‘You 메시지’죠.

사이다 같은 말은 내 편이 하면 신나지만 듣는 입장이 되면 화가 나죠. 입장 바꿔 생각해 보고 타인들이 내게 해주기 바라는 만큼의 딱 절반 정도로 상대방을 대한다면 이 세상은, 최소한 우리 가정은 참 다정하고 평화로운 곳이 될 것입니다.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산타 에스메랄다#don\'t let me be misunderst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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