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칼럼]홍준표 反포퓰리즘의 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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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정성희 논설위원
‘부의 대물림을 넘어서 이젠 신분의 대물림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부유층들을 위한 로스쿨시대를 열더니 삼성 출신 인사혁신처장이 들어와 공무원도 해외유학생을 특채하는 시대를 연다고 한다.’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희망을 잃어버린 서민도 꿈을 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트위터에 올라온 글을 보면 그의 안테나는 중앙정치를 향해 있다. ‘망신 주기’라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공직자가 스스로를 가다듬는 계기가 된다며 청문회 제도를 적극 옹호하는가 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과 관련해 전직 대통령이 불행한 나라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유독 로스쿨 비판이 많은 것은 본인이 사법시험을 통해 배출된 ‘개천 출신의 용’이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이런 트위터 정치에는 당 대표를 지낸 자신이 중앙무대에서 잊혀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의 트위터는 중앙정치와 관련된 코멘트가 대부분이다. 트윗을 날릴 때마다 기자나 지인들에게 ‘트윗을 읽어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데도 열심이다.

그런 홍 지사가 전면 무상급식 폐지로 제대로 ‘한 방’을 터뜨렸다. 경남 학생 21만8638명 가운데 기초생활수급 가정이나 특수학급 학생 6만6451명(31%)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에게 돈을 받기로 한 것이다. 31%는 2011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하위 70% 무상급식’보다 훨씬 급진적이다. 경남 진주의료원 폐쇄를 밀어붙인 ‘홍준표 행정’의 2탄인데 파급력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다른 정책에 비해 복지정책이 어려운 까닭은 한번 시행하면 되돌리기가 어렵다는 비가역성(非可逆性)이 있어서다. 그런데도 홍 지사가 ‘무상급식 폐지’를 밀어붙인 것은 최근 ‘복지-증세 논쟁’을 통해 여론이 불리하지만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무상급식 폐지에 정치적 야심이 작용했겠지만 그렇다고 이 점이 무상복지 포퓰리즘에 맞서는 그의 용기와 배짱을 퇴색시키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 무상급식 철회로 아낀 돈을 쓰는 용처(用處)를 보면 그의 정치적 지향성이 뚜렷해진다. 그는 도교육청에 주던 643억 원을 서민 자녀의 교육지원에 쓰기로 했다.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홍 지사는 스케일에선 합격, 디테일에선 불합격이다. 우선 EBS 교재를 사거나 학습캠프 진로교육 등에 참여할 수 있는 1인당 50만 원 상당의 교육 바우처의 학력증진 효과가 의심스럽다. 소득이 약간 더 높다는 이유로 지원받지 못하는 아이들과의 역차별 문제도 있다. 급식 예산을 학교 개보수 등 보다 절박하고 모든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에 썼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일하는 스타일도 거칠다. 무상급식 철회도 감사를 거부한 도교육청을 혼내 주려다 시작됐다. 교육의 주무관청인 교육청이나 도의회를 배제시킨 채 모든 걸 자신의 치적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도 좋지 않다.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이해관계자를 설득해 함께 가는 것이 미래형 리더십이다. 무상급식 철회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홍 지사는 무상보육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무상보육도 문제가 많지만 지금은 무상급식 철회를 수습하는 게 먼저지 좌충우돌할 때가 아니다. 왜 ‘홍키호테’라는 말이 나올까 생각해 볼 대목이다.

그래도 나는 무상급식 폐지가 성공하고 교육 바우처로 공부한 ‘홍준표 키즈’에게서 개천 출신 용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그의 반(反)포퓰리즘 전쟁이 어떻게 끝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미래도.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반포퓰리즘#홍준표#로스쿨#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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