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미야의 東京小考]韓中日 ‘삼형제’의 비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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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자금-인력 공동투자… 서울에 세운 3국협력사무소
위안부-영토 갈등으로 인한 정상회의 실종 속에서도 다양한 한중일 교류 이끌어
형제라 때로 다투기도 하지만 차이 이해하고 공감 키우면 이만큼 강한 관계도 없어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
서울에 한중일의 3국협력사무소(TCS)가 있는 것을, 한국의 여러분은 잘 모르는 것이 아닐까. 일본이나 중국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중일 3국이 자금과 인력을 함께 내 만든 공적 협력 기관이다.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2명은 임기가 2년으로 3국에서 순차적으로 선정된다. 9월에 부임한 세 번째 사무총장은 중국인이다.

원래 한중일 관계는 복잡했고 세 나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없었지만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수립하면서 상황이 변해 1990년대 후반부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자리를 빌려 일중한 정상회의가 열리게 됐다. 2008년부터는 3국이 돌아가면서 개최하도록 발전했다. 이 지역의 눈부신 경제 발전과 협력의 필요성이 그 배경이 됐다.

TCS는 그 와중인 2011년에 태어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듬해 5월을 마지막으로 정상회의가 열리지 않게 돼 버렸다. 종군 위안부 문제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센카쿠(尖閣) 열도를 둘러싼 일중 대립의 첨예화,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이 장애가 된 것이다.

그 정상회의가 이달 초 3년 반 만에 서울에서 열렸다. 내년에도 개최하는 것으로 합의됐지만 중요한 것은 이번에야말로 회의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동안의 쓰라린 교훈을 살릴 뿐 아니라, 먼저 ‘한중일’이라는 틀의 의미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한중일의 정체성(아이덴티티)은 도대체 무엇일까.

작년 6월 나는 이 칼럼에서 ‘삼형제의 기나긴 갈등 이야기’라는 우화를 썼다. 서로 복잡한 역사가 있고, 애증이 뒤얽힌 한중일의 이야기였는데, 이 ‘가까움’이야말로 결정적인 것이 아닐까.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실이 있다. 발음이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3국이 서로를 한국(韓國), 중국(中國), 일본(日本)이라고 정확하게 불러 주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세계 각국은 코리아, 차이나, 저팬 등 완전히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아닌가.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심포지엄(동서대 등 주최) 만찬회에서 내가 이 얘기를 하니, 다들 그러고 보니 그렇다며 흥미로워했다. 이름을 제대로 불러 주는 관계는, 역시 ‘삼형제’라고 하기에 적합하다.

정상회의가 얼마간 중단된 동안에도 TCS는 대규모 국제 심포지엄 외에도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 왔다. 예를 들어 한중일 대학생의 혼성팀이 겨루는 비디오 작품 콘테스트, 다양한 문화를 테마로 하는 소규모 정기 세미나가 그것이다. 세미나에서는 일본의 만화를 바탕으로 한중일과 대만에서 만들어진 TV드라마 ‘꽃보다 남자’도 다뤄지는 등 다채로운 문화 비교가 논의되고 있다.

우리 일본국제교류센터(JCIE)는 1년 전부터 TCS와 제휴해 ‘한중일의 연대’를 재발견하는 독특한 연속 세미나를 도쿄에서 열고 있다. 거기서는 한일 우호 200년을 대변하는 에도시대의 ‘조선통신사’도 다뤄졌지만, 한시를 교환하고 필담으로 유학을 논하는 한일 교류에는, 말할 것도 없이 중국 문화의 존재가 필수적이었다. 간단한 필담이라면 지금도 3국 사이에서 가능하다.

베이징대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동호회 회원을 초대했을 때는 회원이 800명이나 되고 만화 캐릭터의 복장을 따라 입는 코스프레도 즐기고 있다고 들어서 놀랐다. 한류 드라마와 케이팝의 인기는 일중 양국에서 탄탄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중 정상을 대접하는 만찬에서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세 나라 공통의 격언을 언급했다. 그런 방식으로 말하자면 한중일은 ‘이심전심’으로 나아가고 싶지만 ‘동상이몽’인 경우도 많다. 서로의 공감을 키우는 한편, 차이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14일에는 TCS와 JCIE가 공동 주최해서 서울에서 한중일 학생 대화 ‘유스 다이얼로그’(동아시아재단 후원)를 연다. 테마는 교육과 취업, 결혼, 일과 육아의 양립 등 익숙한 주제뿐이다. 일본에서 참가하는 학생 그룹은 전날 서울대도 찾아 ‘가족’을 토론한다.

형제이기 때문에 다투기도 한다. 잘못하면 골육의 싸움도 되지만 서로 협력한다면 이만큼 강한 관계도 없다. 이런 것을 서로 느끼는 기회가 되면 좋을 텐데.

와카미야 요시부미 일본국제교류센터 시니어펠로 전 아사히신문 주필
#3국협력사무소#tcs#한중일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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