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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부정한 부탁에 우정을 들먹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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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부정한 부탁에 우정을 들먹인다면…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커뮤니케이션 전문가입력 2018-04-04 03:00수정 2018-04-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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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그는 강의 수면 위로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훈련을 한 적이 있었을까? 2016년 개봉한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의 실제 인물 체슬리 설렌버거 3세. 2009년 여객기 파일럿으로 뉴욕 상공을 날다가 새 떼와의 충돌로 엔진 2개가 모두 고장 나 연기에 휩싸인 상태에서 과감하게 뉴욕 허드슨강 위로 비행기를 착륙시키고, 승객과 승무원 전원을 안전하게 구조시킨 영웅 말이다. 미국 내 민간 항공사 중 수면 위 착륙, 소위 디칭(ditching)을 훈련하는 시설은 없다. 그는 다만 교실에서 수면 위 착륙 상황을 머리로 떠올리는 훈련을 받았으며, 이는 실제 상황에서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기 전,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위급 상황에서 비상구가 어느 방향인지 안내해 줄 때 이를 주의 깊게 보면서 비상시 동선을 미리 머릿속으로 그려 봐야 하는 이유이다. 위급 상황에서는 누구나 허둥지둥한다. 하지만 비상시 어떤 방향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 미리 생각해 놓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실제 상황에서 도움을 받는다.

기업윤리교육의 주요 질문을 “무엇이 옳은 행동인가?”에서 “이미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옳은 행동을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가?”로 바꿔야 한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지금, 상사가 부당한 일을 지시했습니까?’의 저자 메리 젠틸러 교수. 그는 직장인이 자신의 가치관과 배치되는 상황에서,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리 머릿속으로 하는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과 시뮬레이션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만약 동창이 “친구 좋다는 게 뭐냐?”라고 말하면서 신입 직원 채용이나 협력사 선정 관련 부당한 청탁을 해온다면, 그리고 친구와의 관계 때문에 망설이면서도 나의 가치관과는 상충되는 일을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젠틸러 교수는 ‘상황 재구성’이라는 도구를 써서 사고 실험을 해보도록 유도한다. 우정을 들먹이면서 부정한 청탁을 하는 친구에게는 똑같이 우정이라는 가치를 활용하되, 상황을 재구성해 보라고 한다. “나는 친구인 너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 그렇다면 친구인 너도 이런 부탁을 받고 부담을 느끼는 내 기분을 고려해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렇게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면서 역으로 그들의 우정에 호소하는 훈련을 해보라고 한다.

실제 한 기업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지인이 고민을 상담해온 적이 있었다. 그는 모처럼 어렵게 회사로부터 새로 팀원을 1명 늘려 선발할 수 있는 승인을 받아 외부에서 전문가 한 사람을 뽑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사장이 팀장을 불러 자신의 비서를 그 자리에 뽑으면 어떻겠느냐고 물어왔다. 그 비서는 좋은 사람이었지만, 자신의 팀에서 일할 전문성이나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황이었다. 그 팀장은 어떻게 이 곤란한 상황에 대처했을까? 사장이 자신을 비롯한 팀장들에게 평소 강조해온 것을 역으로 활용했다. “사장님. 올해 저희 부서 목표 성취와 함께 직원들의 전문성 개발을 강조하셨습니다. 저는 사장님께서 제게 주신 그 목표를 꼭 달성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자리에는 제가 꼭 필요한 사람이 있습니다.” 결국 사장은 그 비서를 다른 부서로 배치했고, 그 팀장은 지금까지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젠틸러 교수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시뮬레이션이 있다.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행동했던 경우, 그리고 그렇게 못했던 경험을 우리 모두 갖고 있다. 그때, 그렇게 하거나 하지 못했을 때 내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렇게 하거나 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만약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 보자.

이 새로운 윤리 프로그램의 이름은 ‘가치관에 따른 행동(Giving Voice to Values)’이다. 이름이 암시하듯,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게 적용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 삶에서 정말 지키고 싶은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것은 용기일 수도 있고, 공정함, 책임일 수도 있다. 자신의 가치관을 세우고, 이를 실천할 준비가 될 때 “저는 위 사람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라는 변명을 하지 않게 된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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