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누리호 발사 성공… 한국 우주개척사에 남을 15분 45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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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오후 5시 10분께 발사 성공을 발표했다. 2022.06.21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실제 기능이 없는 모사체(더미) 위성만 실렸던 1차 발사와 달리 이번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오후 5시 10분께 발사 성공을 발표했다. 2022.06.21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어제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예정한 700km 고도에 도달했다. 누리호에 실려 있던 인공위성들도 발사 15분 45초 만에 목표 궤도에서 성공적으로 분리돼 지상 관제센터에 정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한국이 우주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길이 활짝 열린 것이다.

누리호는 2010년부터 12년에 걸쳐 설계·제작·발사·관제의 전 과정을 우리 기술로 완성한 ‘K로켓’이다. 로켓의 심장인 75t 엔진, 발사대 모두 국내 기업이 만들었다. 작년 10월 1차 발사 때 3단 로켓의 불완전 연소로 모형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했지만 2차 발사에서 완전한 성공을 거뒀다. 우주 선진국들의 초기 발사 성공률이 30%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자립 기술로 제작한 로켓 발사가 두 번 만에 성공한 건 탁월한 성과다.

이로써 한국은 러시아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인도에 이어 1t 이상 실용위성을 쏠 수 있는 7번째 나라가 됐다. 올해 8월에는 미국 스페이스X 로켓에 달 궤도선 ‘다누리호’를 실어 보내고, 2031년까지 성능을 높인 국산 로켓으로 달착륙선을 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63년 전 소련이 달에 무인우주선을 보내고, 53년 전 미국 우주인이 달을 밟던 때 끼니를 걱정하던 저개발국이 우주개발 경쟁에 본격 합류하는 것이다.

누리호를 2027년까지 4차례 더 발사해 성공 경험이 축적되면 한국의 우주산업은 성장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수백억 원씩 내고 다른 나라 로켓에 싣던 통신·기상·군사 위성을 우리 힘으로 발사하고, 다른 나라 위성을 대신 쏴줄 수 있게 된다. 올해 전 세계에서 발사되는 초소형 위성만 700여 기다. 우주발사체 독자 개발 능력을 갖게 됨으로써 군사강국의 위상도 더 높아질 것이다.

물론 명실상부한 우주강국에 이르는 길은 여전히 멀다. 세계 우주산업 규모가 반도체 산업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지만 한국의 비중은 1%에 못 미친다. 미국 중국 등은 이미 민간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진입했다. 누리호의 성공은 출발점일 뿐이다. 우주산업을 미래성장 엔진으로 키워내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
#누리호#발사 성공#15분 45초#한국 우주개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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