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스크·생필품조차 구하기 힘든 생활 인프라 위기 방치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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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우한 폐렴)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마스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최전선에서 바이러스와 싸우는 병원조차 품귀현상으로 의료진에만 우선 공급하고, 행정직은 개인적으로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동네 의원과 약국에서는 의사, 약사조차 한 장으로 며칠을 버티는 곳도 있다. 구하기도 쉽지 않지만 파는 곳을 찾아내도 가격이 너무 올라 발을 돌리는 서민들도 많다. 이런 현상은 대구 등 집단감염 발생 지역에서는 생수, 라면 등 생필품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마스크가 하루 평균 1200만 개나 되는데 의료진조차 구하기 어렵다면 국민 각자의 구입 증가 때문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마스크 중국 수출은 지난해 12월 60만 달러에서 올 1월 6100만 달러로 100배가량 급증했고, 이달 들어서는 20일까지 1억1800만 달러어치가 빠져나갔다. 일부 업자들이 수백만 장을 매점매석하고, 밀반출이 속출하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정부는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어제 마스크 생산업자가 하루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공적 기관에 의무적으로 출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와 각 지자체가 대량으로 구매한 마스크를 적재적소에 나눠주지 못해 품귀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하철역에 무료 마스크를 비치했다가 닷새 만에 70만 장이 사라지자 역무원이 하나씩 나눠주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감염병은 질병 자체보다 심리적 불안이 더 큰 공포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방역 대책은 의료적 대응은 물론이고 부족할 경우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생필품 대책까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생필품 품귀현상이 확산되면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감염병 퇴치에는 국민의 신뢰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정부가 아무리 이동 자제와 자가 격리를 당부해도 당장 생필품을 구할 수 없어 수십 곳을 돌아다녀야 하는 상황이라면 방역대책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과도한 불안은 금물이지만, 작은 실수나 부주의가 큰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방역은 물론 사회경제적인 인프라의 붕괴를 막기 위한 전방위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코로나19#생필품 품귀현상#마스크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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