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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유향숙]쓰레기 DNA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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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유향숙]쓰레기 DNA는 없다

동아일보입력 2012-12-05 03:00수정 2012-12-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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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향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명예연구원
최근 DNA의 기능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32개의 연구실에서 440여 명의 과학자들이 5년여간 연구한 ‘엔코드 프로젝트’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의 신비를 찾고 이해하려는 생물학계뿐만 아니라 질병 치료나 진단에 적용될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는 미래 의학의 시각을 바꾸어 놓을 만한 새로운 발견이다.

‘엔코드 프로젝트’는 한 인간을 만드는 생물학적 정보가 담긴 DNA가 대부분 다 쓸모가 있다는 결과다. DNA는 화학적 물질의 중합체로 당, 인산 염기, 염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염기는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 네 종류이고, 이들 네 가지 염기의 조합과 개수에 따라 생명체의 특징이 지어진다.

사람의 경우 2003년 완성된 인간게놈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DNA의 염기가 30억 쌍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세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질(단백질 등)을 만드는 정보를 담은 염기는 이 30억 쌍 중 5∼10%였다. 사람의 DNA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염기들이 어떤 정보도 생산하지 않는 쓸모없는 DNA, 이른바 정크(junk·쓰레기) DNA라는 것에 많은 이들이 실망을 했다.

이후 생명과학자들은 정크 DNA들이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는 데 의문을 품고 꾸준히 연구했다. 연구를 통해 최근 밝혀진 것은, 아무 일도 안 한다고 생각했던 이 정크 DNA들이 실은 유전자가 활성화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건강하게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몸속 세포의 유전자들이 제때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만약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염기서열이 바뀌면 세포 기능에 이상이 오고 병에 걸릴 수 있다. 이번 연구로 밝혀낸 것은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는다는 정크 DNA도 염기서열이 바뀌면 세포 기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정크 DNA가 실은 쓸모없는 DNA가 아니라 생명 현상을 조절하는 핵심 조절 인자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쌍둥이라도 한 사람은 건강한 반면 다른 사람은 당뇨병, 고혈압, 암과 같은 질병에 걸리는 이유를 이 연구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지금껏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정크 DNA가 실제로는 유전자를 조절하는 아주 중요한 인자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 이 정크 DNA는 암이나 당뇨, 고혈압, 우울증, 치매 등과 같은 복합 질병이나 여러 가지 유전병과 관절염, 심지어 키의 크고 작음 등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의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임이 더 밝혀질 것이다. 또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의 새로운 대상이 될 것이다. 유전자가 어떻게 기능하느냐에 대한 이해를 더욱 폭넓게 할 수 있어, 암과 같은 복합 질병이나 유전병 등의 진단 및 예방 방법 개발에 한층 더 새롭게 접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제2의 인간게놈프로젝트로서, 생명의 탄생과 죽음의 과정을 유전자 조절 스위치들의 복합적 작용을 이해함으로써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발견은 그야말로 혁명적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간 정부의 게놈 연구 지원이 일관성 있게 지속되지 않고 산발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세계적인 대열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쓸모없는 줄 알았던 정크 DNA가 이렇게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처럼, 지금까지 그늘에서 조용히 진행돼 왔던 한국의 게놈 연구 현황을 다시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엔코드 프로젝트에 버금가는 미래생명프로젝트를 기획하여 한국의 게놈 연구가 세계적으로 빛을 볼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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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향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명예연구원


#DNA#엔코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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