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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김태현]외교안보 논의 실종된 이상한 대선

기사입력 2012-11-06 03:00:00 기사수정 2012-11-06 03:00:00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국가대전략연구소장
투표일을 40여 일 남겨놓은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이 이래저래 편치 않다. 첫째는 선거의 전개 양상 때문이다. 차기 대통령이 후보들의 비전과 역량을 보고 던지는 유권자의 투표가 아니라 야권단일화, 곧 후보 사이의 담합으로 결정될 것 같으니 주권자, 유권자로서 무력감을 느낀다.

둘째는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 때문이다. 서로 경쟁하듯 내거는 선심성 복지공약을 보면서 닥쳐올지 모를 세금폭탄이 걱정된다. 그러다 나라살림이 거덜 나 제2의 외환위기 사태를 맞는 것이나 아닌지 불안감도 있다. 경제민주화를 한다는데 듣기는 좋지만 그 내용이 뭔지 모르니 오로지 막연하고 불안할 따름이다.

셋째는 후보들이 침묵하는 공약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제주 해군기지, 핵안보정상회의 등 외교문제를 놓고 전개되던 4월의 총선과 달리 이번 선거에는 외교안보 문제가 쟁점이 되지 않고 있다. 지금이 태평성대라서 그렇다면 걱정할 일이 없겠지만 나라 밖 사정은 전에 없이 험난하다.

미국의 힘과 역할이 전만 못한 가운데 급속히 성장한 중국이 던지는 무게가 5년 전과 판이하게 다르다. 독도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도전이 거세지고 동아시아의 영토분쟁도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게다가 남북관계가 어렵다. 모든 대화 채널이 막힌 가운데 군사적 긴장의 수위는 매우 높다. 젊고 경험 없는 지도자가 새로 집권한 북한의 사정과 정책은 참으로 짐작하기 어렵다.

험난하고 심각한 나라밖 사정

상황이 이런데 나라의 주권,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국가원수이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조개처럼 입을 다물고 있다. 도대체 그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나 있는지, 안다면 해법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중대한 문제에 대한 그들의 식견을 보고 지지 후보를 결정하고 싶은데 그것을 알 수가 없으니 투표일이 다가오는 게 차라리 부담스럽다.

왜 침묵하는가? 차기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을 전망하고 과제를 분석하는 한 회의에서 이 문제를 놓고 논쟁이 있었다. 그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은 정치공학적 판단이다. 외교안보 문제로 얻을 표는 많지 않고 오히려 잃을 표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외교안보 문제의 전략적 성격이다. 즉 대외적으로 상대가 있는 문제이니, 자칫 불필요한 외교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따라서 침묵도 나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셋째는 문제가 워낙 어렵고 복잡해서 그들도 답이 없나 보다는 냉소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외교안보 문제로 표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짧은 생각이다. 표를 얻고 잃고는 나라 안의 정치 상황과 나라 밖의 안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4월 총선에서 야당이 실패한 이유는 당시의 상황과 공약이 조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보 문제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지금과 같다면 그것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표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잃는 길이다.

둘째, 국민의 뜻을 모아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서 주변국 눈치를 보느라 유권자의 관심에 답하지 못한다면 주권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감정적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어느 나라든 기본적으로 추진해야 할, 다른 어떤 나라도 시비를 할 수 없는 최소한의 정책노선이 있는 법이다. 그것을 둘러싼 정책논의가 주변국을 자극할까 우려한다면 지나친 패배주의다. 그렇게 눈치를 보면 해법도 어려워진다.

6일(현지 시간) 미국의 선거가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벌인 세 차례 TV토론 중 마지막은 외교안보 정책을 둘러싸고 있었다. 중동문제, 군비지출 등 현안을 둘러싸고 진행된 그 토론은 표를 잃지 않기 위한 방어적 토론이 아니라 표를 얻기 위한 공세적 토론이었다.

그 토론에서 양 후보가 호소한 것은 세계 속 미국의 모습에 대한 국민의 생각, 곧 미국의 국가 정체성이었다. 세계 도처에 이익을 두고 있는 강대국 미국이니 당연하다. 그런데 한국도 세계 도처에 이익을 두고 있는 통상국가, 외교국가다. 세계 속 나라의 모습, 즉 국가 정체성이 미국 못지않게 중요하다. 외교안보 문제는 후보들이 가꾸기에 따라 표를 얻을 수 있는 옥토다.


정책노선 밝혀 국민불안 덜어줘야


대선후보들이 다른 나라가 시비할 수 없는 국가전략의 대강 위에서 정책노선을 토론하고 그것을 통해 유권자의 국가 정체성에 호소하는 것은 어느 나라건 자연스러운 정치 과정이다. 어제 박근혜 후보가 ‘신뢰외교와 새로운 한반도’라는 제목으로 외교·안보·통일정책 공약을 발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필자가 본란에서 주장했듯이(1월 3일자), 계획된 행동보다 중요한 것은 우발적 사태에 대처하는 외교태세다. 다른 후보들의 공약 발표도 이어지고 그들 사이에 토론과 논쟁이 있어야만 그 태세의 일단을 볼 수 있고 후보들의 식견과 역량에 대한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국가대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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