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태원]김태효와 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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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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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통일외교안보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54)이었다. 2001년 대권을 준비했던 노 전 대통령의 통일·외교 분야 자문에 응했던 인연으로 이 전 장관은 2003년 3월 초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됐다. 직급은 차관급이었지만 권력은 장관 몇 명을 합해도 모자랄 실세(實勢) 중 실세였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해 ‘세븐 일레븐’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는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대외관계, 남북관계, 국방정책 관련 보고서를 모두 ‘마사지’했다.

▷북한 전문가인 이 전 장관이 주한미군 재배치와 전략적 유연성 등 전반적인 한미동맹 재조정, 북한 핵위기의 격화, 동북아시아 안보지형의 지각변동에 제대로 대처할 역량을 갖췄느냐에 대한 회의론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 때문인지 이 전 장관이 가장 듣기 싫어했던 말이 ‘아마추어’였다. 이 전 장관은 2006년 통일부 장관으로 영전했지만 오히려 권력의 핵심부에서 멀어졌다. 힘의 공백은 박선원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이 메웠다. 노무현 정부 때 열린 북핵 6자회담에는 박 비서관이 대표로 참석했다.

▷이명박(MB) 정부의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45)도 실세 소리를 듣는다. 김병국-김성환-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이 자리를 바꾸는 동안 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통일·외교안보 라인에서 한자리를 지켰다. 2010년 10월 외교통상부 장관 지명자인 김성환 수석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때는 김 지명자가 아니라 참고인으로 채택된 김 비서관에게 한국 외교안보 정책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에 대해 “대통령의 뜻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MB의 외교안보 전략을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평도 따른다.

▷김 비서관이 어제 외교안보수석실의 대외전략기획관(차관과 1급 사이)으로 승진했다. “중국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현 정부의 외교안보 실세여서 MB 정부의 대미편중 외교가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아마추어라고 폄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외관계와 남북관계의 풍랑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MB의 실세 참모 김태효가 올해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MB 정부 외교안보의 성적도 괜찮다는 뜻이 될 것이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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