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현오씨 경찰청장 자격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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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가 올 3월 말 경찰 특강에서 천안함 유족에 대해 “선진국 국민이 되려면 격이 높게 슬퍼할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 동물처럼 울부짖고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도해선 안 된다”고 말한 것이 동영상을 통해 확인됐다. 조 내정자는 “언론에서 유족의 모습을 여과 없이 내보냄으로써 추모 분위기를 반감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발언 의도의 순수성을 인정하더라도 유족의 절규를 동물 소리에 비유한 무감각증이 놀랍다.

조 내정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선 “무엇 때문에 사망했느냐? 뛰어내리기 바로 전날 10만 원짜리 수표가,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지 않았나? 그래서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얘기해서 특검을 못하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차명계좌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그의 발언 내용을 부인했다. 근거도 없이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손상해 놓고 뒤늦게 얼버무리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다.

그는 차명계좌 발언에 대해 “주간지인지 인터넷 언론기사인지를 보고 한 말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다”면서 “경찰이 위축되지 않고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하라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막강한 정보력을 가진 당시 서울경찰청장이 온갖 쓰레기 정보가 떠돌아다니는 인터넷 글을 읽고 사실 확인도 안하고 특강에 반영했다니 그의 경솔함과 판단력 부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조 내정자에 대해선 위장전입을 비롯해 문제점이 속속 제기되고 있지만 두 가지 실언(失言)만으로도 15만 경찰을 지휘할 총수로서 자격미달이다.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경찰조직의 안정과 사기를 위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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