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신동엽]몰락을 부르는 ‘성공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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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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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에 선택과 집중하라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선택과 집중은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과 국가 수준에서도 절대적 신뢰를 받은 의사결정 원칙이다. 기업은 낯선 분야를 기웃거리기보다는 경쟁우위를 가진 핵심 사업에 선택과 집중하고 개인 또한 자신의 강점을 찾아 한 우물을 파는 것을 당연시했다. 국가발전 전략에서 다른 나라에 대해 비교우위를 가진 분야에 선택과 집중하는 일이나 대학과 같은 비영리조직의 화두인 특성화 또한 선택과 집중의 예이다. 시간과 자원, 역량의 한계를 고려할 때 선택과 집중이 성과에 유리한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강점에 선택과 집중하는 전략이 치명적인 위기의 원인이 된다. 위기의 원인을 약점에서 찾는 경향이 있으나 실제 역사를 분석하면 생사존망을 가르는 결정적 위기는 대부분 강점에서 온다. 성공의 기반이 된 기존 강점이 변화의 발목을 잡아 치명적 위기의 원인이 된다는 ‘성공의 덫(success trap)’은 필자가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조언할 때 가장 자주 강조하는 개념이다.

성공의 덫은 개인 조직 국가에 모두 적용되는 원리이지만 기업을 보면 가장 이해가 빠르다. 기업이 높은 성과를 내려면 전략시스템 역량에서 뭔가 뛰어난 성공공식(success formula)이 있어야 한다. 일단 자신의 성공공식을 알면 대부분 그 강점에 선택과 집중하여 이를 반복하고 활용하는데 학습효과 때문에 성과는 점점 더 높아진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무서운 결과가 발생한다. 다른 대안으로부터 점차 고립되는 것이다. 그러다 기존 강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 오면 그대로 무너진다.

당장의 효율에 눈가려 대안 무시

잠재적 가치창출력이 100인 전략을 성공공식으로 100% 활용해서 어떤 기업이 성과를 창출한다고 하자. 이때 잠재적 미래 가치창출력이 200이지만 아직은 20%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새 대안이 등장하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대안의 미래 잠재력은 200으로 기존 성공공식보다 월등하지만 당장은 40의 가치밖에 창출하지 못하는 데 비해 기존 성공공식은 이미 100의 가치를 창출한다. 이 경우 대다수는 기존 강점에 선택과 집중해서 당장 눈앞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 그러다 새로운 대안의 잠재력이 실현되고 기존 성공공식의 효용이 붕괴되는 불연속적 환경변화가 발생하면 급격하게 몰락한다. 기존 성공공식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려는 변화의 발목을 잡는 성공의 덫으로 작용한 것이다.

개인 조직 국가 할 것 없이 한때 높은 성과를 창출했던 집단의 몰락은 대부분 성공의 덫이 원인이다. 대량생산으로 세계를 제패했던 GM이 대량생산에 따른 품질문제로 위기에 빠진 것이나 현대 필름기술을 발명해서 세계 필름시장을 지배했던 코닥이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필름이 필요 없어지면서 무너진 것도 같은 원리이다. 탁월한 위험관리 능력으로 세계금융을 지배하던 월스트리트가 과도한 위험감수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이나 원가절감의 신으로 불리던 도요타가 최근 과도한 원가절감에 따른 품질불량으로 흔들리는 것도 성공의 덫 때문이다.

성공의 덫은 개인이나 국가에도 똑같이 작용한다. 기업 CEO나 정치인의 경력을 보면 어떤 직책에서 성공적 성과창출의 기반이 되었던 리더십 스타일을 전혀 다른 직책을 맡아서도 똑같이 반복하다 좌절하는 수가 많다. 언뜻 초지일관의 리더십 같아 보이지만 실은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성공의 덫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할 정도로 개방적이었던 로마가 그 개방성 때문에 야기된 정체성 혼란과 이민족 진입에 의해 무너진 것이나 전체주의적 동원체제로 급성장한 나라들이 전체주의의 획일성과 경직성 때문에 대부분 몰락한 것 등은 국가 수준 성공의 덫의 예이다.

상황이 바뀌면 강점도 바꿔야

기존 강점에 선택과 집중하는 전략은 게임의 룰이 바뀌는 불연속적 환경변화가 발생할 때 특히 치명적이다. 효율성과 안정성을 강조하던 20세기 산업사회와 달리 새로운 경쟁우위와 가치를 끊임없이 남보다 먼저 만들어내야 하는 21세기 창조사회의 도래는 전형적인 불연속적 변화이다. 최근 기존 강자의 갑작스러운 몰락이 유독 잦은 것은 이 때문이다.

성공공식이 강할수록 성공의 덫도 강해진다. 그렇지만 강한 성공공식이 없으면 아예 성과창출을 못하므로 적극적으로 강점을 구축하고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자신의 강점이 더는 통하지 않는 불연속적 환경변화의 가능성이 보이면 과감하게 강점 자체를 바꿀 수 있어야 성공의 덫을 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대환경이 요구하는 새로운 강점을 끊임없이 창출하는 21세기 창조사회형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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