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주식만 15억 재산가 이재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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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좌파를 나타내는 말이 어느 나라에나 있다. 프랑스에서는 캐비아 좌파(la gauche caviar), 영국에서는 샴페인 좌파(champagne left)라고 한다. 독일에서는 햇볕 좋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좌파라고 해서 토스카나 분파(Toskaner Fraktion)라고 부른다. 미국에서는 부자들의 주거지인 뉴욕 센트럴파크 인근 5번가에 산다고 해서 5번가 리버럴(5th avenue liberal)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든 소년 노동자 출신의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보편적 복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본소득의 도입을 주장하는 좌파 정치인이다. 그제 공개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산변동 신고 명세에 따르면 이 시장의 재산은 26억여 원이다. 우리나라 50대 가장 가구의 평균 자산이 많이 잡아도 4억 원대다. 50대 국회의원의 평균 자산도 10억 원대에 불과하다. 이 시장은 변호사 시절 모은 돈이 재산을 늘리는 토대가 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 시장의 주요 재산은 14억8000만 원 상당의 본인과 배우자 명의의 주식이다. 지난해 주식 가액 11억7000만 원보다도 3억1000만 원가량 더 늘었다. 현대 LG SK 두산 등 재벌기업 주식을 주로 보유하고 있다. 재벌기업에 투자해 한 해에만 3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 시장은 재벌 해체를 주장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대선에 출마해서는 재벌기업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의 족벌경영 체제를 없애자는 것이 본의라고 한다.

▷‘오리엔탈리즘’을 쓴 에드워드 사이드라는 팔레스타인 출신 좌파 지식인은 입만 열면 미국의 대외정책을 비판하면서도 평생 미국에서 살았다. 이 시장을 ‘강남좌파’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 그는 힘든 생활을 겪었기 때문에 힘든 사람들의 바람을 잘 안다. 그보다는 소년 노동자 출신이 변호사가 되고 기업에 투자해 26억 원대의 재산가가 된 사회를 ‘기회주의가 판친 역사’라고 폄훼하면서도 자신이 모순에 빠진 줄 모르는 사람들이 문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부유한 좌파#더불어민주당#이재명#재벌기업 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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