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분한 안희정 캠프… “개표 결과 유포자 수사 의뢰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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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현장투표 결과 유출 파장

23일 더불어민주당에는 전날 벌어진 경선 첫 현장 투표 결과 유출 파문의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수습에 나선 가운데 각 주자 캠프는 강하게 반발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네거티브 공방’에 투표 결과 유출이라는 대형 사고까지 더해지면서 민주당 경선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 조사 결과 따라 ‘2차 후폭풍’ 우려도

당 선관위는 이날 오전 긴급 회의를 열고 진상조사위를 꾸려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양승조 당 선관위 부위원장은 “떠도는 개표 결과는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자료”라면서도 “자동응답시스템(ARS)이나 순회 투표에서는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조사위는 6명의 지역위원장이 카카오톡 대화방에 개표 결과 일부를 올린 사실을 파악하고 이들을 불러 대면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들 6명은 경기, 호남, 대구경북 지역위원장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유출된 자료는 한 건이 아니다. 지역위원장 6명이 올린 개표 결과도 유출된 자료의 일부분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출된 자료는 부산, 인천 등 지역별 현황부터 특정 캠프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후보별 득표율 종합 표까지 다양하다. 한 캠프 관계자는 “6명의 지역위원장 외에도 유출한 인사들이 더 있는 것은 확실하다. 조사 결과 또 한 번의 큰 후폭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 유출이 예고된 개표 시스템

민주당 경선은 현장 투표와 ARS 투표로 실시된다. 22일 전국 250곳의 투표소에서 진행된 사전 현장 투표는 현장 투표를 신청한 일반 선거인단 약 11만 명과 자동으로 투표권이 주어지는 권리당원 등 29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투표에는 5만2000여 명이 참여했다.

문제는 개표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초 경선 규칙을 정하면서 “유출 우려가 있으니 순회 경선일에 개표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당 선관위는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투표소별로 즉시 개표를 결정했다. 개표는 당에서 파견한 참관인과 각 캠프의 참관인이 지켜보도록 했다. 참관인들에게 보안서약서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6시 개표가 시작되자 각 캠프에는 참관인들이 보고한 개표 결과가 속속 집계됐다. 오후 6시 30분 무렵에는 “1위 후보가 크게 앞섰다” “2위와 3위 순위가 여론조사와 다르다”는 말이 나왔다. 진위를 알 수 없는 일부 지역의 개표 결과가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오후 8시 30분경 안규백 사무총장 명의로 “투표 결과 유포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니 절대 유통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공지가 나왔지만 확산은 더 빨라졌다. 밤사이에는 아예 전국 권역별 투표율과 후보별 득표율이 담긴 취합본까지 유출됐다.

○ 세 캠프 모두 “우리는 아니다”

각 주자 캠프는 일제히 “우리가 유출한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유출을 하려면 그에 따른 반사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예상했던 수준의 득표를 한 것으로 짐작해 굳이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참관인들이 있어 결과가 조금씩은 유출이 되지 않을 수 없다”며 “개표를 먼저 한다면 결과를 발표해 보여주는 게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반면 안 지사 측과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유출 사실에 강하게 반발하며 문 전 대표 측을 의심했다. 안 지사 캠프 관계자는 “결과를 유출해 순회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격분했다. 안 지사 측은 자료 작성자와 유포자 확인을 위한 수사 의뢰를 당 선관위에 요청했다. 이 시장 측 관계자도 “22일 저녁 일부 원외 지역위원장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일부 친문(친문재인) 성향 인사들이 개표 결과 일부를 올렸다”고 전했다. 안 지사 측과 이 시장 측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사과도 요구했다. 한 초선 의원은 “심각한 사고에 추 대표가 말 한마디 없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선 관리 부실의 위험이 아직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준비를 이유로 ARS 및 순회 투표 관리를 맡지 않기로 해 당 주관으로 경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경선 투표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정당이 어떻게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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