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김기춘이 블랙리스트 작성 주도 대통령께 큰일난다고 했지만 묵묵부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특검 나온 前문체부장관 작심발언
최순실 체포영장 발부… 특검, 곧 소환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렇게 하면 정말 큰일 난다’고 말씀드렸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1)은 23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박 대통령에게 경고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블랙리스트 작성 이전인 2014년 1월과 이후인 같은해 7월에 차별과 배제 행위를 막으려 했다는 것.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김기춘 씨가 주도를 했다”고 강조했다.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을 ‘김기춘 씨’라고 부르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또 “김기춘 씨가 취임한 이후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는) 그런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그분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저한테도 그렇고 여러 차례 블랙리스트 작성에 해당하는 일을 지시했고 리스트 적용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또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사람들이 문체부 담당자들에게 ‘생각하지 마라. 판단은 내가 할 테니까 너희는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무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너무 가혹하다”고 강조했다. 유 전 장관은 “문체부의 현직 후배들이 블랙리스트 관련 모든 자료를 정리해 나를 통해 특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정부 예산과 제도 등 공공의 자산을 가지고 자기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조직적으로 차별하고 핍박한 헌법 가치 훼손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신 이후 전두환 시대까지 있다가 민주화 이후 없어진 블랙리스트가 부활해 대한민국 역사를 30년 뒤로 돌려놨다”고 비판했다.

 한편 특검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에 대해 “이화여대 학사 비리에 연루된 혐의(업무방해)가 있다”며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지난해 12월 27일 특검에 한 차례 소환된 뒤 “특검이 강압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6차례에 걸친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최 씨를 소환하기 위한 조치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블랙리스트#유진룡#김기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