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영재는 행복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최고 수재만 모인다는 하버드대 학생들은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하버드대 의대는 재학생 268명을 선정해 72년간 추적했다. 연구대상자 중에는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있었다. 1938년 연구를 시작한 알리 복은 졸업생들이 하버드대 출신이라는 껍데기 아래 고통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어받은 조지 베일런트는 고통에 대응하는 성숙한 방어기제, 교육, 안정된 결혼생활, 금연, 금주, 운동, 알맞은 체중 등 7개가 행복의 조건이라고 발표했다.

 ▷여성 영재에 대한 추적조사로는 1922년 스탠퍼드대 루이스 터먼 교수가 캘리포니아의 도시 지역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9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유명하다. 이들의 평균 아이큐는 151이었다. 70년에 걸친 연구에서 이들은 여성에 대한 편견이 심한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사회적 성취는 별로였지만 대체로 장수하고 있었다. 다만 장수한 이유는 아이큐가 아니라 비교집단에 비해 높은 교육수준과 비만, 알코올, 흡연을 관리한 덕분이었다.

 ▷교육부가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해 8개 영재학교의 올해 신입생 800명을 대상으로 40세가 되는 2041년까지 25년간 영재성 발현 요인과 사회적 성취도, 삶의 만족도를 추적하는 종단(縱斷) 연구를 시작한다. 이런 방침은 2003년 영재교육이 본격화한 후 13년이 지났지만 영재교육 효과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일반학교 대비 7배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고도 상당수 졸업자가 의대로 진로를 변경하는 것도 영재교육에 회의감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영재의 두뇌는 개인의 것이기도 하지만 국가의 자산이란 측면에서 많은 국가들이 영재를 선발해 특별한 교육 기회를 마련해 준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나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도 영재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영재학교는 들어가기 위해서도 사교육을 받아야 하고, 들어가고 나서는 일류대 진학으로 가는 통로로 이용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재교육을 받은 사람이 훨씬 성공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까. 이번 연구가 해답을 주리라 믿는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하버드대#영재#영재학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