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칼바람, 현대는 7년 만에 임금삭감…국가대표 기업들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5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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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구조조정 태풍에 휘말린 조선·해운업에서 본격화한 '비상경영체제'가 국내 대표 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달부터 전 계열사 임원 임금의 10%를 삭감키로 했고 '갤럭시 노트7 사태'를 겪은 삼성그룹은 올 겨울 가장 살벌한 정기 임원 인사를 예고하고 있다.

● 7년 만에 재현된 임원 임금 삭감

2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임원 임금 삭감이라는 고강도 조치가 취해진 것은 2009년 1월이 마지막이었다. 당시에도 현대차그룹은 임원들의 임금을 10% 내려 약 1년간 유지했었다. 당시는 2008년 9월 미국 리먼브라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뒤 전 세계 경기가 휘청거리던 시기였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상황을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게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그로기 상태에 몰리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IMF)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간 판매량이 증가했던 현대·기아차는 올해 18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올해 1~9월 현대·기아차 글로벌 판매 실적은 562만1910대로 전년 같은 기간 572만6249대보다 10만4339대(1.8%) 줄어들었다. 지난해의 경우 9월까지는 전년 실적(588만5070대)에 못 미쳤지만 4분기(10~12월) 판매량을 끌어올려 연간 기준으로는 기어이 2014년을 넘어섰다.

그러나 올해는 이 같은 극적인 뒤집기가 녹록치는 않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시각이다. 러시아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의 판매부진이 여전한데다 국내에서 잇달아 품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고객들과 '냉각기'를 겪고 있어서다.

현대·기아차의 부진에는 노조의 파업도 한 몫 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최근 임금협상을 타결할 때까지 24차례 파업했고, 여전히 사측과 협상 중인 기아차 지부는 20차례 파업을 강행했다. 두 회사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매출액 차질은 4조5000억 원에 달한다.

● 삼성, LG도 위기극복이 '제1 미션'

'국가대표' 기업 삼성전자도 겉으로 공표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나 다름없다. '갤럭시 노트7 단종'이라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면서부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부사장급 이하 임원 294명을 승진시켰다. 전년 대비 17%나 줄어들어 2009년(247명) 이후 가장 적은 규모였다. 2014년 갤럭시S5의 실패를 지난해 S6가 만회하지 못하면서 '칼바람'이 분 것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올해 임원 승진 규모가 이보다 더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임원 장기성과급도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LG전자 역시 스마트폰 사업 부진을 이유로 7월 비정기 조직개편을 통해 MC사업본부 임원 20여명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MC사업본부 영업조직을 가전제품 영업만 담당하던 한국영업본부에 통째로 넘기는가 하면 본부 인력을 꾸준히 줄여나가고 있다.

산업 구조조정이 한창이 조선 '빅3'는 이미 임직원들의 임금 반납이나 희망퇴직을 통해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부터 사장단은 100%, 그 외 임원들은 50%의 임금을 반납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7월부터 대표이사는 전액, 나머지 임직원은 15~30%의 임금을 내놨고 대우조선해양은 일부 임금 반납과 함께 내년 한 달씩의 순환 무급휴직을 시행키로 했다. 현재까지 이들 3사에서 희망퇴직 했거나 신청을 받은 이들만 5000명 가까이 된다.

재계 관계자는 "큰 기업일수록 위기가 닥칠 때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는 기업들이 국내에서 더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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