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관련자료 공개할수도”… ‘스모킹건’ 확인한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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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회고록 파문]‘회고록 정국’ 새로운 국면으로


 
“회고록 맞다” vs “…”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위쪽 사진)이 19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 원장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송민순 회고록’ 내용에 대해 “회고록은 근거를 
갖고 치밀하게 기술된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충북 충주시 자동차부품 중소기업인
 ‘보그워너’를 방문해 기자들을 만났지만 송민순 회고록 관련 발언은 하지 않았다. 사진공동취재단
“회고록 맞다” vs “…”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위쪽 사진)이 19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 원장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송민순 회고록’ 내용에 대해 “회고록은 근거를 갖고 치밀하게 기술된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충북 충주시 자동차부품 중소기업인 ‘보그워너’를 방문해 기자들을 만났지만 송민순 회고록 관련 발언은 하지 않았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1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당시 노무현 정부가 북측의 의견을 물었다는 회고록 내용 전반에 대해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원장은 이날 송민순 회고록에 대해 “구체적이고 사리에 맞아 사실이나 진실이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도 “국정원장이 공식적으로 확인해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여야가 회고록 내용의 진위를 놓고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여권에 유리한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이 원장은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의 집중적인 질의에 대해 대부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회고록에 소개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북측 접촉 내용에 대해 “어처구니없고 상상을 초월한 발상”이라면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회고록 내용 전체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는 물증의 존재 여부는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라고 답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이 공식석상에서 함부로 개인 의견을 말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국정원 내부 보고나 당시 정황에 대한 분석을 통해 내놓은 답변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007년 11월 18일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이 ‘북측에 의사를 확인해보자’고 제안해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동의했다는 내용은 내년 대선에서 폭발력 있는 안보 이슈다.

 이 때문에 이 원장이 이날 국감에서 “회고록 내용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배경을 놓고 갖가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국정원이 이른바 ‘싱가포르 쪽지’와 관련된 ‘스모킹건(확실한 물증)’이나 관련자 증언을 확보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에서 공세를 펼칠 경우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물증을 공개하는 수순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날 “추후 기회가 있으면 답변하도록 하겠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자료) 공개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이 말 그대로 ‘상식 차원’에서 회고록이 맞다고 사견을 밝혔다면 국정원이 자칫 대선에 개입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원장은 “국정원은 정치의 ‘정’ 자에도 다가서려 하지 않고 있다. 이런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원장의 답변 태도를 놓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이완영,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 의원은 줄곧 “사실에 가깝다”는 이 원장의 답변을 강조했다. 반면 김 의원은 “이 원장은 ‘개인적인 생각’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라는 표현을 썼다”며 회고록 내용이 공식적인 팩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원장의 발언으로 ‘송민순 회고록’ 논란은 차기 대선과도 맞물려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송민순회고록#문재인#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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