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클린턴, 따분하면 毒… 흥행사 트럼프, 흥분하면 敗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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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美대선 TV토론]
클린턴 풍부한 국정경험 안정감… 기득권 이미지-건강이상설 변수
트럼프 방송진행 순발력 돋보여… 발끈해 막말땐 대통령 자질 상처
WP “공부벌레와 레슬마니아 대결”

《 좀처럼 판세를 가늠하기 힘든 올해 미국 대선의 분수령인 1차 TV 토론이 26일(현지 시간) 뉴욕 주 헴프스테드의 호프스트라대에서 열린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69)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70) 후보 간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에서 세 차례 TV 토론의 서막을 여는 1차 토론은 30%에 이르는 부동층을 움직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미 대선 역사에서 TV 토론은 늘 중요했지만 이번만큼 파괴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NBC 앵커 레스터 홀트의 진행으로 열리는 1차 TV 토론은 ‘미국의 방향, 번영 확보 및 안보’를 주제로 6개 분야에서 15분씩 토론이 이어진다. 북핵 문제는 물론이고 △뉴욕, 뉴저지 연쇄 폭발테러 사건 등 테러 공포와 ‘이슬람국가(IS)’ 격퇴 전략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보호무역주의 △일자리 창출 등 핵심 의제가 집중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 후보의 약점을 파고드는 무차별적인 네거티브 공방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후보는 대부분 의제에서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 워싱턴포스트(WP)는 클린턴과 트럼프의 대결을 ‘공부벌레와 레슬마니아의 대결’이라고 표현했다. ‘레슬마니아’는 미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가 개최하는 행사로 트럼프가 한때 후원했다. 혈투를 앞둔 두 후보의 전략과 장단점을 SWOT(강점, 약점, 기회, 위협) 분석으로 들여다봤다.

○ S(강점): 국정 경험 vs 방송 순발력


 클린턴의 최대 자산은 풍부한 국정 경험이다. 퍼스트레이디,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거치며 모든 이슈를 다뤄 본 클린턴은 토론에서도 안정감을 최대 무기로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제재를 지지하지만 또 다른 차원의 모색도 필요하다”며 차분한 자세를 보였다.

 트럼프는 주특기인 순발력으로 응대할 태세다. 그는 미 전국 1위 시청률을 기록한 ‘어프렌티스’를 시즌 14까지 진행했던 리얼리티쇼 스타다. 지난해 6월 출마 선언 이후 지금까지 특유의 정치적 조어(造語)력을 바탕으로 미디어와 유권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의회전문 매체 ‘더 힐’은 “트럼프는 토론회 내내 힐러리가 무슨 말을 해도 ‘부정직한 힐러리’라는 한마디로 맞설 것”이라며 “힐러리의 냉철함과 트럼프의 뜨거움이 정면충돌하는 토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W(약점): 각종 스캔들 vs 막말 흑역사

 역대 대선 후보 중 가장 호감도가 낮은 두 사람의 약점은 거꾸로 상대방을 살려놓았다. 그만큼 치명적이었다. 7월 전당대회 후 지지율이 욱일승천하던 트럼프가 무슬림 전몰장병 부모 비하 발언으로 일순간 무너졌지만, 8월에는 클린턴이 개인 e메일, 클린턴재단 로비 의혹 스캔들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주저앉았다.

 두 후보의 약점은 1차 토론에서도 네거티브 공세가 집중될 대목이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막말, 납세자료 공개 거부에 따른 세금 의혹은 물론이고 사사건건 발끈하는 불같은 성격이 대통령직 수행에 적합하지 않다는 기존 프레임을 집중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클린턴을 부패한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며 ‘부자-기득권-거짓말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시키려고 할 것이다.

○ O(기회): 준비된 외교 대통령론 vs 현 정부와 안보 실패 공동 책임론

 북핵 사태와 테러 등 잇따라 외교안보 이슈가 터지면서 두 사람 모두 상황을 반전시킬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클린턴으로선 외교 안보 이슈는 전문 분야다. 트럼프는 지금 벌어지는 국제적 혼란이 모두 오바마 대통령의 실패이자 클린턴 국무장관 시절 잉태된 정책적 오류라고 주장한다.

○ T(위협): 건강 이상설 vs “대통령감 아니야”

 클린턴이 토론에서 피곤한 모습을 보일 경우 건강 이상설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 클린턴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도 토론 도중 화장실에 갔다가 한동안 돌아오지 않아 그가 없는 상태로 토론회가 진행된 적이 있다.

 트럼프는 난장판이었던 공화당 경선 토론회처럼 서로 막말만 주고받을 경우 대통령다운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한 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트럼프는 “별도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참모들의 조언에도 ‘트럼프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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