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교수직 내려놓고 입대한 ‘31세 일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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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2사단 박주원씨
영주권 가져 병역의무 없지만 자원 “軍복무는 인생 후반 위한 하프타임”

“명예와 권력, 돈보다 군 복무 경험이 내 삶에 더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육군 2사단 17연대 소속 박주원 일병(31·사진)이 올봄에 병무청에 보낸 수기에 쓴 글이다. 박 일병은 올해 초까지 미국 뉴욕 주 스키드모어대에서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미국 영주권까지 갖고 있어 원한다면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었지만 교수직을 잠시 내려놓고 자원입대한 것이다.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케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어려운 형편에도 학업에 열중해 28세에 미국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됐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젊은이의 병역 의무를 회피하지 않았다.

그는 “대학교수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해해야 하는 직업인데 군 생활을 통해 이에 필요한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며 “군 복무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 축구나 농구 게임의 ‘하프타임’처럼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자신의 가치관과 목표를 담금질하는 계기”라고 말했다.

병무청이 31일 발간한 자원입대 병사 수기집 ‘대한사람 대한으로 2016’에는 최우수상을 받은 박 일병 외에도 병역 의무를 솔선수범한 청년 20여 명의 진솔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질병으로 신체검사에서 보충역(4급) 판정을 받았지만 꾸준한 치료로 병을 고치고 군에 입대했거나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어서 병역 의무가 없지만 중·고등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군대에 간 이야기도 담겨 있다.

병무청 관계자는 “대한민국 곳곳에서 묵묵히 병역을 이행하는 병사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에게는 병영 생활의 소중한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병무청은 책자 2000부를 대학교 도서관과 재외공관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육군 2사단 17연대#박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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