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3세 남아, 폭염 속 유치원 차량에 갇혀 의식불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30일 0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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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아동이 불볕더위에 냉방장치가 꺼진 유치원 통학용 차량에 8시간 가까이 갇혀 있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 아이의 부모는 ‘코리아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조선족 부부였다.

30일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9일 오후 4시 42분경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유치원의 통학용 차량에 최모 군(3)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는 119신고가 접수됐다. 유치원 통학버스 기사 임모 씨(51)는 25인승 버스 네 번째 의자에 쓰러져 있던 최 군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임 씨가 최 군을 흔들자 눈을 잠시 뜬 후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

출동한 119구급대가 최 군을 광주의 한 대학병원으로 옮겼으나 열사병 증세로 의식불명 상태다. 최 군의 체온은 한 때 42도까지 올라가 극심한 탈수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 군이 29일 오전 9시 8분 유치원 통학버스에 탑승한 것을 확인했다. 운전기사 임 씨가 29일 오전 9시 50분 버스 세차를 한 뒤 시동을 끈 것을 감안하면 최 군은 7시간 가까이 냉방장치가 꺼져있는 차 안에 방치됐던 것으로 보인다.

최 군이 유치원 통학버스에 탈 당시 운전기사 임 씨와 유치원 교사 정모 씨(28·여)가 3~6세 아동 9명을 인솔했다. 유치원은 27일부터 방학에 들어갔지만 맞벌이 부부 등 아동들을 돌볼 형편이 되지 않는 가정을 위해 임시 돌봄 교실을 운영했다. 임 씨 등은 경찰에서 “유치원에 도착해 아이들이 내릴 때 최 군이 통학버스에 자고 있던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 군의 아버지(43)와 어머니(37)는 조선족으로 수년 전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 최 군의 부모는 유치원이 방학에 들어갔지만 맞벌이를 해 유치원에 아들을 맡겼다.

경찰은 임 씨 등 유치원 관계자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 중이다. 한편 29일 광주지역 최고기온은 35.3도로 불볕 찜통더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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