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조7000억짜리 ‘깜깜이 국가장학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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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급기준 변경’ 추진, 왜

신청 전에는 기준을 전혀 알 수 없어 ‘깜깜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국가장학금 지급 기준이 바뀐다. 현재 ‘사후에, 상대적으로’ 결정되고 있는 장학급 지급 기준을 신청자가 사전에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절대 기준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7일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두 기관은 국가장학금 지급 기준이 되는 소득분위 산정 방식의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최근 마무리하고, 이를 토대로 장학금을 절대 기준에 따라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가장학금 사업은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고등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2012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국가장학금 예산은 3조6000억 원으로 총 116만여 명에게 지원됐다.

국가장학금 중 가장 비중이 큰 1유형은 부담이 큰 저소득층에게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해 소득분위(기초생활수급자∼10분위, 숫자가 클수록 소득이 높음)가 낮은 학생들에게 많은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1유형 지원 금액은 2015년 2조7232억 원, 지원 인원은 1학기 88만2407명, 2학기 85만1959명에 이르렀다. 장학금은 기초생활수급자부터 소득 2분위까지는 연간 520만 원 △3분위 390만 원 △4분위 286만 원 △5분위 168만 원 △6분위 120만 원 △7·8분위 67만5000원이다. 9, 10분위는 지급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소득분위를 나누는 기준이 그때그때 달라지고, 이 때문에 학생들은 불편을 겪고 행정력까지 낭비되고 있다는 점.

올해 2학기 국가장학금 1차 신청 기간은 5월 19일∼6월 14일이었지만 이때 신청한 학생들이 2학기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지, 얼마를 받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은 신청 마감 이후 한 달 이상 지난 이달 25일이다. 이는 국가장학금 지급 기준이 되는 소득분위가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장학재단이 학생들의 신청을 받은 뒤 이들의 소득 분포, 국가장학금 예산, 전 학기 지원 결과 등을 고려해 ‘사후에, 상대적으로’ 기준을 결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득의 변화가 없어도 학기마다 받는 장학금 액수는 달라질 수 있다. 4분위와 5분위를 결정하는 소득인정액은 2015년 1학기 424만 원, 2015년 2학기 544만 원, 2016년 1학기 459만 원으로 들쑥날쑥했다. 이 때문에 소득인정액이 500만 원인 가정의 대학생은 2015년 1학기에는 5분위에 해당돼 84만 원(5분위 연간 지급액의 절반)을 받고, 같은 해 2학기에는 4분위로 132만 원을, 2016년 1학기에는 다시 5분위로 84만 원을 받았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 결과 지난해 1, 2학기에 모두 국가장학금을 받은 학생(73만6578명) 중 46.5%(34만1539명)의 분위가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장학금을 신청하는 대학생 입장에서는 수혜 대상인지 미리 아는 게 불가능해 ‘일단 신청’하고 탈락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3년간 평균적으로 신청 인원의 31%(약 42만8000명)가 각종 서류를 구비해 신청하고도 탈락했다. 이 중 62%(약 26만6000명)는 소득분위가 9, 10분위여서 신청할 필요조차 없는 학생들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장학재단 연구진은 국가장학금 자격 판정 기준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사용하는 ‘기준중위소득’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활용하면 장학금 신청 전 자격 판정 기준을 사전에 공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교육부와 장학재단은 소득분위 산정을 절대 기준에 따라 하게 되면 국가장학금 신청자가 갑자기 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예산 부족 문제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국가장학금은 지급 시기가 늦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등록금 납부 기한까지 장학금이 지급되지 않아 상당수 학생이 학자금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납부한 뒤 국가장학금으로 상환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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