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의 휴먼정치]나는 왜 김정주 같은 친구가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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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논설위원
박제균 논설위원
‘대박 검사장’ 진경준 사건은 최근 술자리 단골 안주다. 세간의 설(說)이 오가다 보면 이런 농담도 나오게 마련이다. “난 왜 김정주 같은 친구가 없을까?” 답은 정해져 있다. “넌 검사가 아니잖아….” 하지만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 같은 스폰서는 검사 세계에서도 ‘대박’이다. ‘스폰서 검사’나 ‘벤츠 여검사’ 사건에서 드러나듯 수억 원대가 뇌물의 최대치였다. 돈과 권력으로 맺어진 친구 진경준-김정주 커넥션은 이 판을 수백억 원대로 키웠다.

1%만 판치는 ‘100% 대한민국’

김정주는 시세차익 122억 원의 대박 주식을 건넸을 뿐 아니라 주식 대금 4억 원까지 살뜰하게 챙겨줬다. 3000만 원대 제네시스 차량도 줬고, 진경준 부부 해외여행 경비까지 댔다. ‘권력이 벌어준 돈’ 맛에 취한 진경준은 김정주로부터 독립해 나름의 ‘창업’까지 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이던 2009∼2010년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탈세의혹 내사를 무마하는 대가로 처남의 청소용역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업체가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계열사 등으로부터 벌어들인 수익은 134억 원이나 된다.

진경준이 거기서 멈추고 옷을 벗었다면? 수백억 원대 재산가 변호사에 전관예우까지 받으며 지금도 떵떵거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는 간 크게도 돈과 권력을 함께 거머쥐려 했다. 아니, 거기서 멈출 수 없었을지 모른다. 수백억 원의 재산은 권력이 가져다준 것이기에 권력이 사라지면 손아귀에 쥔 모래처럼 빠져나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하지 않았을까. 그런 불안을 덜어주고, 돈과 권력을 양손에 쥐는 베팅을 하도록 진경준의 간을 키워 준 사람이 있다고 나는 본다. 대한민국 검찰의 인사와 감찰 실세인 ‘우병우 선배’다.

멈출 줄 몰랐던 진경준은 돈과 권력을 모두 잃게 됐다. 특임검사팀은 진경준의 140억 원대 불법재산을 묶어 두는 조치를 법원에 청구했다. 처남 업체가 벌어들인 돈도 범죄 수익으로 판명나면 추징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우병우-진경준-김정주로 이어지는 3각 커넥션은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해온 대다수 검사들까지 깊은 허탈감에 빠뜨렸다.

‘100% 대한민국’을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에서 유독 1%의 특권층이 판치는 현상이 도드라지는 것은 왜일까.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인사의 얘기. “박근혜 정부 인사를 보면 정무직 이상 요직에 공무원 법조인 군인과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연(緣)이 닿는 ‘패밀리 교수군’의 4가지 부류만 쓴다. 공무원과 법조인, 군인 모두 상명하복 조직이다. 대통령 생각과 다른 의견을 말할 사람들이 아니다. 국무총리도 검찰 출신 아닌가. 패밀리 교수 또한 다른 의견을 내겠는가. 무엇보다 이들은 정권이 끝나면 자기가 속했던 그룹으로 돌아갈 사람들이다. 그들만의 카르텔에서 벗어날 수 없다.”

편중 인사가 특권층 키워

박 대통령이 상명하복 조직에 편중된 인사를 하는 것은 ‘배신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국가보다는 자신이 속한 카르텔에 충성하면서 밥그릇만 챙기는 것은 더 큰 배신이다. 무엇보다 이구동성으로 ‘1% 카르텔’을 비난하면서도 기회만 된다면 그 카르텔에 끼고 싶어 안달인 한국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우린 정녕 이런 사회를 물려주어 자식들마저 어디 돈 많은 친구 없나, 힘 있는 친구 없나 기웃거리게 만들 건가.

박제균 논설위원 phark@donga.com
#진경준#김정주#넥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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