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험생에 ‘머리 좋아지는 주사’ 유행이라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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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면담도 부작용 설명도 없이 은행잎 추출물 섞어 ‘칵테일 주사’
“두뇌 활성화” 1회 6만~10만원… 전문가 “기억력 향상 등 검증 안돼”

과거 노인, 직장인이 주로 찾던 수액 주사를 맞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피로 해소, 숙취 해소, 피부 미용을 위한 주사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수험생을 겨냥해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광고를 하는 일명 ‘두뇌활성 주사’까지 등장했다.

2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피부과. 기자는 제보를 받고 두뇌활성 주사를 직접 맞아 보러 이곳을 찾았다. 첫 방문인데도 신상정보만 작성한 뒤 의사 면담도 거치지 않고 바로 주사를 놓아줬다. 간호사는 수액 주머니에 주사제 앰풀 3개를 투입하며 성분명을 말해줬다. 그게 전부였다. 그 누구도 몸 상태를 묻거나 주사의 부작용은 설명해주지 않았다. 주사를 맞고 나니 몸이 조금 개운한 듯했지만 주사 효능 때문인지 주사를 맞는 50분 동안 낮잠을 잔 덕분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실제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주변 대다수 개인병원에서는 이른바 두뇌활성 주사를 수험생 등 젊은이들에게 놔주고 있었다. 가격은 6만∼10만 원으로 다양했다.

기자가 방문한 병원 간호사는 “고3 수험생이 특히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강남구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모 씨(19)는 “졸업 전에 머리에 좋다는 소문을 듣고 엄마 손에 이끌려 한 번 맞아 봤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두뇌활성 주사를 비롯한 대다수 수액 주사 효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통상 수액 주사는 포도당과 아미노산에 푸르설티아민염산염(비타민B1), 글루타티온 등 각종 성분을 섞어 만든다. 두뇌활성 주사는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는 은행잎 추출물이 주성분이다. 이 성분은 말초동맥순환장애, 이명, 두통 증상에 효과적이나 일반인의 기억력, 집중력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일부 병원은 웹사이트나 팸플릿을 통해 주사의 효능을 과장해 홍보하고 있었다. 비급여 항목인 수액 주사 처방은 병원 수익과도 직결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4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환자가 낸 비급여 본인부담금 중 주사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21.5%에서 2014년 30.5%로 증가했다.

현행 법상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의약품이 아니면 여러 가지 주사제를 섞어 처방하는 수액 주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만성적인 저수가 제도에서 일부 의사들이 의원을 운영하기 위해 비급여 주사를 과도하게 홍보한다”며 “의사들의 자정 노력과 함께 환자도 이런 주사의 효능을 맹신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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