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북한 현실 드러난 아세안회의 만찬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0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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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복 차림 한미 장관, 나란히 앉아 귓속말 친근감 표시
소외된 북한 외무상, 미국 장관은 의도적 무시하며 지나가

라오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만찬장에서는 국제사회에서 차지한 북한의 ‘외톨이’ 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돈찬 팰리스 호텔에서 25일 열린 만찬장에서 각국 외교장관은 라오스 전통의상의 편한 차림으로 격의없는 대화로 어울렸다. 살름싸이 콤마시트 라오스 외교장관 주최로 열린 만찬은 이튿날(26일) 있을 ARF 회의를 앞두고 일종의 긴장을 푸는 소통의 장이었다.

통상 다자회의에서 좌석배치는 국가명 알파벳 순서나 재임기간 등 합리적인 순서를 따른다. 이대로라면 ARF 회의에서 한국(ROK)은 러시아(Russia)와 나란히 앉는 게 관례다. 하지만 이날 윤병세 외교부장관 옆에는 존 케리 미국 외교부장관이 앉았다. 왜 좌석배치가 바뀌었는지 주최 측의 이렇다할 설명은 없었다. 한미 장관은 만찬 내내 귀엣말을 주고받으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용호 북한 외무상 좌우로는 파키스탄과 파푸아뉴기니 외교장관이 앉았다. 북-파키스탄은 핵개발 과정에서 비밀 협력이 있었지만 외교장관끼리 친분은 없었던 듯 양국 장관은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는 것에 그쳤다. 이 외무상은 때로 말없이 혼자 음식을 먹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결정적 장면은 만찬 말미 무렵 케리 장관이 일행에 인사를 나눌 때 나왔다. 케리 장관은 파푸아뉴기니 장관에게 인사한 뒤 이 외무상을 건너뛴 뒤 파키스탄 장관의 어깨를 치며 아는 척을 했다. 그야말로 북한만 무시하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 외무상은 각국 장관이 동행한 부인과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흥겨워할 때도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한 채 의자에 앉아 지켜만 보다가 만찬이 시작된 지 2시간여가 흐른 밤 11시경 만찬장을 떠났다.

비엔티안=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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