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장관, 사드 문제로 라오스서 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5일 0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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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부장 “한국 조치는 쌍방의 신뢰 기초 훼손”
한국, 읍소 아닌 설명 모드 … 남북 외교수장도 만날 예정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한중 외교장관이 격돌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24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윤병세 외교부장관을 만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쌍방의 상호 신뢰 기초를 훼손시켰다. 이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중 외교회담이 한국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도 공개했다. 왕 부장은 “오늘 장관님이 만남을 제기했고 저도 동의했다. 이 자리에서 장관님 의견을 듣고 우리(한중)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실질적 행동 취할지 들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양국관계가 긴밀해질수록 여러 도전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중 외교회담은 양 장관이 현지에 도착한 당일 밤 11시(현지시간)에 열렸다. 그 만큼 일정을 잡기 어려웠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번 회담은 한미 양국이 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결정한 뒤 가진 첫 한중 당국 간 회담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열린 몽골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별도 회담을 갖지 못했다. 외교 소식통은 “사드는 국익 차원에서 결정된 것으로 중국에 당당하게 대응하는 것 외에 다른 기조란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게 읍소하거나 해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드 불변’을 전제로 한 만남이어서 딱딱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한국에게 ‘사드 배치 조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윤 장관은 이튿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과도 회담을 할 예정이다.

현지에서는 남북 외교수장의 만남도 주목된다.

윤 장관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24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도착했다. 이용호는 올해 5월 7차 노동당 대회에서 외무상에 오른 뒤 처음으로 해외 출장에 나섰다. 윤 장관은 23일 경유지인 방콕으로 떠나면서 “북한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25일 열리는 라오스 외교장관 주최 환영만찬에서 남북한 장관이 만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식 회의 일정은 26일 끝나지만 이 외무상은 28일 오후까지 라오스에 머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양(북한)-베이징(北京·중국)-쿤밍(昆明·중국)-비엔티안(라오스)을 거치는 여정을 짰으며 귀국 때는 역순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쿤밍은 탈북자들이 동남아 국가로 가는 핵심 길목이자 북한이 탈북자를 북송하는 거점이기도 하다.

북-중 접촉도 주목된다. 올 초 4차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강도 높은 제재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중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관건이다. 이 외무상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쿤밍에서 출발한 중국 둥팡(東方)항공편을 함께 타고 24일 비엔티안에 도착했다. 왕 부장은 “(이용호와) 같은 비행기를 탔다. 서로 안부를 물었다”고 말했다. 이 외무상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이날 공항에선 취재진 일부가 북한 경호원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다치기도 했다. 북-중 양국 대표단은 비엔티안 시내의 같은 호텔에 묵는 것으로 알려져 ARF를 계기로 다양한 협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엔티안=조숭호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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