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초고속 질주… 초대형 세단 75% 독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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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국내서 1만7114대 팔아… 벤츠S-BMW7 등 경쟁차 압도
하반기 美-러시아 시장 본격 공략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부자의 야심작인 ‘제네시스’ 브랜드가 올 상반기(1∼6월) 국내 초대형 세단 시장의 7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인상적인 첫 시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제네시스의 진정한 성공은 다음 달부터 판매를 시작하는 북미시장 실적 등 하반기(7∼12월) 글로벌 시장 성적에 따라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 독립 브랜드의 화려한 출발

24일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 라인업의 첫 신차인 ‘EQ900’(과거 에쿠스)은 판매 첫 달인 지난해 12월 530대 판매로 예열을 마친 후 올 상반기 1만7114대가 팔렸다. 1999년 첫선을 보인 에쿠스의 연간 최대 판매기록은 2002년 1만6927대. 제네시스 브랜드로 바뀐 뒤 반 년 만에 연간 판매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 기간 국내시장에서 팔린 초대형 세단은 제네시스 EQ900,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렉서스 LS를 모두 합쳐 2만2667대. 초대형 세단 4대 중 3대(75.5%)가 EQ900이었다. 이 차급 ‘최강자’였던 벤츠 S클래스 판매량은 올 상반기 4015대로 전년 동기 6379대보다 37.1% 줄었다.

현대차는 EQ900의 판매 호조로 비슷한 차급의 수입차 판매는 줄었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 판매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는 데도 주목하고 있다. 제네시스라는 고급 브랜드가 ‘차급이 비슷한 럭셔리 수입차’ 고객들을 상당수 끌어들인 효과로 볼 수 있어서다. 지난달 13일부터 사전 주문을 받은 ‘G80’(과거 제네시스)도 21일까지 1만2000대 이상 예약됐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근무하는 권봉주 현대차 차장은 “기존 에쿠스 이미지는 ‘고위급 아저씨’ 느낌이어서 중장년층이 주 고객이었다”라며 “제네시스 EQ900은 젊은 감성과 스포티한 이미지도 추가해 고객 연령대가 40대 초반, 30대 후반까지 확대됐다”고 말했다.

○ 하반기가 진정한 시험 무대

현대차는 다음 달 G80을, 9월에는 ‘G90’(EQ900의 수출명)을 각각 북미 시장에 내놓는다. 9∼12월 중동과 러시아에서도 이 두 차종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람보르기니 브랜드 총괄 임원을 전무로 영입해 제네시스전략팀을 맡긴 데 이어 디자인, 연구개발(R&D), 상품기획, 구매, 품질, 판매 등 모든 본부에 제네시스 전담팀을 만들었다. 현대차 제네시스전략팀 관계자는 “전담 조직 체계는 의사 결정이 빨라 시장 트렌드와 고객들의 요구에 속도감 있게 대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구성한 ‘프레스티지 디자인실’ 역시 벤틀리 출신인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과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 스타일링 담당(상무)을 잇달아 영입하면서 힘을 실었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제네시스 브랜드 라인업을 6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서승희 인턴기자 성균관대 한문학과 4학년
#제네시스#현대자동차그룹#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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