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 마음 사로잡은 맏딸 이방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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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출신에 조리있는 말솜씨… “아버지는 민중의 챔피언”
트럼프 약점 보완할 비장의 무기로

“결국 트럼프의 최고의 러닝메이트는 이방카가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 물망에 올랐던 밥 코커 상원의원(테네시 주)이 그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우라며 남긴 이 말이 입증됐다.

클리블랜드 공화당 전당대회 최대 하이라이트였던 21일(현지 시간) 트럼프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 직전 무대에 오른 트럼프의 맏딸 이방카(35)는 자신이 아버지의 약점을 보완할 ‘비장의 무기’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이방카는 넉 달 전 셋째를 출산한 여성이라고 믿기지 않는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분홍 원피스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해 아버지의 최대 약점을 보완해줄 자신의 매력을 과시했다. 여성다운 우아함과 세련미였다.

이방카는 1년여 전 아버지가 공화당 대선 경선 참여를 선언할 때 자신이 그 소개를 맡았음을 환기한 뒤 “1년여 동안 아버지는 ‘민중의 챔피언’으로 싸웠고, 16명의 재능 있는 후보들과 경쟁해 오늘 민중의 후보로 이 자리에 섰다”고 선언했다. 전날 트럼프 지지 선언을 거부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엘리트 이미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트럼프의 차별성을 부각한 발언이었다.

이어 딸의 관점에서 아버지의 인간다운 면모를 강조한 발언으로 청중의 감수성을 사로잡은 뒤 트럼프의 낯선 모습을 극적으로 부각시켰다. 페미니스트 트럼프다.

“아버지는 재능을 중시합니다. 그 일에 필요한 진짜 지식과 기술을 지닌 사람을 알아봅니다. 그는 일과 관련해 인종차별 없는 색맹인 동시에 성(性) 중립적입니다. 트럼프 그룹에는 남성 임원보다 여성 임원이 더 많습니다. 여성들은 동등한 임금을 받고, 또 어머니가 됐을 때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지원을 받습니다.”

인종차별적이고 여성차별적이라는 트럼프의 고착화된 이미지를 마치 얼음 녹이듯 해빙시키는 연설이었다. 또 “정치인들은 말로만 동일임금을 얘기하지만 아버지는 평생 그것을 자신의 회사에서 실천한 사람”이라며 “이 문제를 관철하는 데 제가 아버지 곁에서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을 대표해 아버지를 감시하겠다는 약속이지만 동시에 최고 권좌에 앉게 될 아버지 곁을 자신이 지키고 있을 것이란 암시였다.

벨벳 같은 미소 뒤에 칼끝을 숨기는 방법도 알았다. “제 아버지는 투사입니다. 그는 더 깊이 파고들고, 더 열심히 일하며, 더 훌륭해질 것이고 더 강력해질 것입니다.” 권좌를 향해 가는 길의 훼방꾼과 도전자들에 대한 차가운 경고성 발언이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트럼프#이방카#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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