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신시대’라고? 때아닌 류현진 매너 논란,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0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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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팬에게는 당연히 선수를 응원할 권리가 있다. 그러면 마음껏 비난할 권리도 있을까.

류신시대. ‘더 몬스터’ 류현진(29·LA 다저스)과 유신시대를 합친 이 표현이 최근 국내 최대 야구 커뮤니티 엠엘비파크(mlbpark.donga.com)에서 유행하고 있다. 야구 선수와 군사 독재 정권 시절을 합친 표현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뭘까.

류현진의 국내 에이전시 업무를 맡고 있는 ‘에이스펙 코퍼레이션’에서 류현진을 비판하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을 삭제해 달라고 이 커뮤니티 관리자에게 요청한 것이 발단이 됐다. 요청을 받아들인 엠엘비파크 운영자는 게시물을 삭제 했고, 누리꾼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던 유신시대가 떠오른다”며 류신시대라는 표현을 만들어 냈다.

삭제 된 게시물은 ‘류현진이 팬들의 사인 요청은 거의 받아주지 않는다’ 등의 팬 서비스를 지적하는 내용들이었다. 특히 논란이 된 건 특정 회사 광고 모델로 활약하던 당시 류현진이 봉사활동에 참가했지만 내내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소문’이었다. 이후에도 소문과 ‘경험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아예 류현진의 인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여기에 소속사에서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불 난 집에 부채질한’ 꼴이 됐다.

이에 대해 최우석 에이스펙 코퍼레이션 언론홍보팀장은 “팬들끼리 소통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인기 선수가) 구설수에 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 전에는 어디에도 이런 요청을 해본 적이 없다”며 “문제가 된 게시물이 올라오자 여러 군데에서 신고와 문의 전화가 들어왔다. 게시물을 확인해 보니 실제로 있을 수 없는 악의적인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퍼 나르고’ 있었다. 류현진 선수는 물론 관련된 다른 분들께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삭제를 요청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엠엘비파크 관계자는 “회사 자문 변호사가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삭제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그 뒤 운영 지침에 따라 해당 게시글 작성자에게 에이스펙 코퍼레이션에서 요청이 왔다는 내용까지 분명히 알리고 글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누리꾼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만 들리는 건 아니다. 한 엠엘비파크 회원은 “연예인들이 악플(악성 댓글)에 시달리면 삭제해 주는 게 당연하고 운동선수는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해당 게시판에 ‘어깨 부상이 더 악화돼서 은퇴나 하라’는 등의 악의적인 내용을 담은 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전반기 복귀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류현진은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자세다. 미국 현지에서 류현진을 취재하고 있는 한 인터넷 매체에서 이런 소문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묻자 류현진은 “야구 선수는 야구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지금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그조차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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