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여중생 성폭행 고교생 22명, 반성 없이 “옛날 일 이제 왜” 강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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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키우기 무서운 나라
서울서 “음주 알린다” 협박 범행… 피해자들, 수년째 정신과 치료
3명 구속-군인 12명 신병인계



남자 고등학생 22명이 두 명의 여중생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5년 만에 실체를 드러냈다.

2011년 9월 3일 서울 노원구의 한 골목에서 캔 맥주를 마시던 여중생 A 양과 B 양은 남자 고교생 5명과 맞닥뜨렸다. C 군(당시 16세) 등 고교생들은 “몰래 술 마신 사실을 알려 학교를 못 다니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뒤 여중생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캐물었다. 그러고 엿새 후 C 군에게서 전화가 왔다.

○ “술 먹은 것 알리겠다” 협박하며 성폭행


“사람이 없는 곳에서 함께 술이나 한잔하자”고 해 두 여중생이 약속 장소인 초안산으로 올라간 것은 9일 오후 9시. 전에 봤던 5명을 포함해 11명의 고교생들이 나와 있었다. 이들은 여중생들이 만취상태가 될 때까지 술을 먹였다. 여중생들이 정신을 잃자 4명이 번갈아가며 A 양을 성폭행했다. 나머지 7명 중 일부는 성폭행을 시도하다 피해자의 반항에 미수에 그치거나 주위를 살피며 범죄를 방관했다. B 양에 대한 성폭행 여부는 이날 B 양이 만취해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고 가해자들도 부인하고 있어 계속 수사하고 있다.

8일이 지난 뒤 A 양과 B 양은 C 군의 전화 협박에 같은 장소로 다시 불려 나갔다. 이번엔 남자 고교생 22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번 성폭행을 주도했던 4명을 포함해 6명이 다시 A 양과 B 양을 성폭행했다. 16명은 이를 지켜봤다.

경찰은 2012년 다른 사건에 연루된 C 군 등 3명의 고교생을 조사하다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을 알게 됐다. 경찰은 이후 피해 여중생들에게 가해자들을 고소하고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진술해 달라고 설득했지만 피해자들이 거부했다. 사건 이후 직장인과 대학생 등으로 정상적 생활을 하는 가해자와 달리 피해자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결국 학업을 중단했다. 수년째 성폭행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피해자들은 경찰의 설득으로 올해 초 서울 해바라기센터(성폭력 피해자 전문센터)를 찾아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 반성 없는 피의자와 가족들

여러 차례 상담을 받고 용기를 얻은 당시 여중생들이 올 3월 초 차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피의자 4명은 당초 “피해자가 거짓말을 한다” “5년 전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며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4월부터 경찰이 사건 관계자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하면서 증거를 모으고 이들을 분리해 신문하는 방식으로 혐의를 입증해 나가자 대부분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피의자들은 죄를 인정하면서도 진심어린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D 군의 어머니는 오히려 “어릴 때 한 일 가지고 경찰이 너무한다. 출근은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이나 사죄 대신 아들의 안위만 걱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D 군의 어머니는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에 불만을 갖고 “빨리 아들을 풀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여러 명이서 피해자들을 협박해 성폭행까지 한 사안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C 군 등 3명을 특수강간 혐의로 구속했고 D 군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주범 외 공범 6명은 특수강간 미수 및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현재 군 복무 중인 피의자 12명은 조사를 마치고 각 소속 부대 헌병대로 인계할 예정이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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