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흔살 보험설계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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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보 최고령설계사 한상철씨

“그 누가 말했던가, 산다는 것이 끝없는 방황이라고…그래서 사랑은 예술이요”(김성환 ‘고로해서’)

광주 동구에서 KB손해보험의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한상철 씨(사진)에게 전화를 걸자 흥겨운 트로트 노래가 휴대전화 연결음으로 흘러나왔다. 1927년생인 그는 올해 한국 나이로 아흔 살이다. 그는 국내 최고령 보험설계사로 알려져 있다.

전남 해남군 출신인 그가 보험업계에 뛰어든 것은 30여 년 동안의 경찰공무원 생활을 마친 1986년부터다. 경찰공무원을 하면서 그는 자신이 보험업에 종사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은퇴 직후인 1986년 3월, 한 씨는 범한화재(현 KB손해보험)에서 일하던 친척으로부터 “형님은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보는 성격이니 보험설계사 일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권유를 받았다. 집에서 적적하던 그는 망설임 없이 보험업계에 뛰어들었다.

낯설기만 했던 보험업은 그에게 천직이었다. 1998년 한 씨는 성과가 탁월한 보험설계사들에게 회사가 주는 영예인 ‘골드멤버’가 됐다. 이후 그는 총 18번 골드멤버 대열에 합류했다. 아흔 살인 그의 연봉은 수억 원에 이른다.

이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데는 경찰공무원 생활에서 터득한 법률 지식이 큰 힘이 됐다. 한 씨는 “고객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보험 가입 과정에서 알고 있는 법과 관련된 지식을 최대한 상세히 설명한다”고 말했다.

건강 역시 한 씨가 여태까지 현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원동력이다. 그는 새벽에도 “차 사고가 났다”는 고객의 전화가 오면 현장으로 달려간다. 또 고령임에도 자신이 처음 보험설계사가 된 날 등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의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한다. 버스를 타고 출퇴근할 정도로 거동에도 문제가 없다. 한 씨는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았고, 술도 하루에 소주 1∼2잔 이상은 마시지 않았다”며 “평소 냉수마찰을 해서 건강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그의 최근 하루 일과는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했던 1986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전 8시까지 회사로 출근해 오후 7시까지 업무를 본다. 처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본인의 일뿐 아니라 대리점 직원들의 업무까지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씨는 “남들이 나를 보고 왜 아직까지 일을 하냐고 하는데 나는 나이를 먹었다고 집에서 쉬는 게 더 이상하게 보인다”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죽을 때까지 보험설계사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보험설계사#kb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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